묘지관리소 실수로 '엉뚱한 이장'…경찰에 고소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성묘 갔더니 아버지 묘가 파헤쳐져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두 번 죽인 셈이네요. 제가 불효자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여읜 아버지의 유골이 광주 북구 망월동 광주시립묘지에서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안 아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모(37)씨가 아버지 묘소의 유골이 사라진 것을 안 것은 설 명절 연휴인 지난달 29일이었다.
먼저 성묘를 간 친척이 봉분이 파헤쳐진 것을 발견하고 김 씨에게 알려왔고, 황급히 묘소를 찾은 김 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묘지는 파헤쳐지고 아버지의 유골까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곧바로 묘지 관리사무소로 찾아갔지만 황당한 설명에 더욱 경악했다.
당초 옆의 다른 묘소를 이장할 계획이었는데 옆 묘소 묘비명의 성과 이름 끝자가 같은 아버지의 묘소에 관리사무소 측이 '이장'이라는 표식을 잘못 달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김씨 아버지의 유골은 앞서 지난달 17일 화장 절차를 걸쳐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이장 장소는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아버지 유골을 먼저 찾아달라고 요구했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유골이 어디에 다시 모셔졌는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상 등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답답하고 분노를 삭이지 못한 김씨는 2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한편 "아버지의 유골함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광주 북부경찰서 지능팀은 "실수로 유골을 잘못 이장한 관리사무소 측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있는지 검토하겠다"면서 "우선 유골을 먼저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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