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부국장 임명 논란…물고문·비밀구치소 '총책' 흑역사

입력 2017-02-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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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IA 부국장 임명 논란…물고문·비밀구치소 '총책' 흑역사

해스펠, '고문부활' 주장한 트럼프에 적격자?…반발도 만만찮아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직에 처음으로 여성인 지나 해스펠을 임명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더 힐, 아메리칸 시큐리티 투데이 등 미언론에 따르면 지난 1985년 CIA에 들어온 해스펠은 스파이 등을 동원한 비밀공작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영국 지부장과 국가비밀공작처(NCS) 처장 대행, 중남미 지국장, 대테러센터장 수석 보좌관 등 요직을 거친 해스펠은 정보 요원으로서는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 스태픈 캡스 전 CIA 부국장 등 전임 정권에서 정보공동체를 좌지우지하던 '노병'들은 한결같이 해스펠의 업무 능력과 추진력을 높이 평가했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도 해스펠에 대해 "모범적인 정보 관리로서 30년 이상을 경험을 가진 헌신적인 애국자인 그와 앞으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지만 'CIA 맨'이 아닌 폼페오로서도 해스펠처럼 원조 CIA 베테랑이 CIA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해줄 원군이 돼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60세인 해스펠은 이런 지지에도 지울 수 없는 '흑(黑)역사'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바로 국내외적으로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된 테러 용의자에 대한 불법 구금과 고문 등이 자행된 비밀 구치소 '블랙 사이트'(black site) 프로그램에 깊이 연루됐기 때문이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CIA가 알카에다 조직원 등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한 후 다양한 '수법'을 통해 정보를 얻어내려고 기획한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해스펠은 이듬해 태국에 '고양이 눈'(Cat's Eye)라는 암호명을 가진 비밀 구치소를 설치ㆍ운영한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또 신문 과정을 녹화한 중요한 증거물인 비디오테이프를 파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펴낸 테러 용의자 고문 보고서에도 해스펠로 추정되는 여성 간부의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당시 존 브래넌 CIA 국장은 비밀 구치소에서 물고문 등 가혹 행위가 자행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끊이지 않자 대대적인 조직 개편작업을 단행, 해스펠을 2개월 만에 NCS 처장 대행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NSC 처장 대행직에서 물러난 해스펠이 대테러센터장 수석 보좌관 등으로 일하면서 능력을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정권이 출범, 그가 다시 부상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효과를 보려면 용의자에 대한 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어 고문 정책 결정과 관련해 폼페오 국장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의견을 구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폼페오 와 사전협의 없이 이를 발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해스펠의 부국장 임명에 대해 "CIA 심문 프로그램에 관련된 그의 역할이 의회에서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며 "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정권에서 물고문의 부활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론 와이든 의원과 마틴 하인리히 의원 등 상원 정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해스펠의 임명에 반대 의사를 밝혀 앞으로 의회와의 마찰을 예고했다.

sh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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