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지성 "다음주면 답답함이 조금씩 풀릴 겁니다"

입력 2017-02-04 12:00   수정 2017-02-05 16:12

'피고인' 지성 "다음주면 답답함이 조금씩 풀릴 겁니다"

극적인 역할 맡아 명연기…4회 만에 수도권 20% 돌파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드라마가 답답하죠? 다음주면 답답함이 조금씩 풀릴 거예요"

과연 정말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성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1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때문이다.

SBS TV 월화극 '피고인'이 4회 만에 수도권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쭉쭉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라 과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피고인'은 대나무를 쫙 쪼개는 기세로 거침없이 달려나가고 있다.

혼자서 '열 일'을 하느라 감정 소모와 체력 소모가 엄청난 지성은 4일 "다음주면 답답함이 풀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청률 상승 전망에 '그린 라이트'가 들어오는 게 보인다.




◇기억을 잃은 자의 살인누명 벗기

'피고인'은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 처한 박정우(지성 분)의 이야기다. 정의감 넘치는 열혈 검사였던 박정우가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살해한 범죄자가 되면서 시작된다. 문제는 박정우가 딱 그 부분만 기억을 잃었다는 점. 자신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일만 뇌 속에서 까맣게 지워진 것이다.

모든 증거가 박정우를 향하고 있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누명이라고 해도, 올가미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 답답함이 목을 조른다.

그러나 여기서 답답함은 요즘 유행어가 된 '고구마'와는 차원이 다르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진행되지 않아 하품이 나오는 상황이 아니다. 극중 상황은 너무나 명백해서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 그래서 긴장감과 호기심이 하늘을 찌른다. 과연 박정우는 사방이 막혀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자의 누명 벗기 고군분투는 저 유명한 '쇼생크 탈출'을 비롯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피고인'은 영화 '7번방의 선물'과 '검사외전'을 합쳐놓은 모양새이기도 하다.

'피고인'은 여기에 기억상실이라는 코드를 넣어 변주를 꾀했다. 누구보다 똑똑한 검사였지만 무슨 영문인지 딱 그날의 기억만 잃어버렸다는 상황이 여러가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진짜로 기억을 잃은 것일까?'하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어떤 이유로 기억을 잃은 것인지, 어떻게 그 부분만 기억이 안 나는 것인지 등이 모두 드라마의 에너지원이 된다.

쌍둥이 형제를 등장시키는 트릭으로 다양성을 장착한 것도 묘미다. 엄기준이 1인2역을 맡은 쌍둥이 형제는 겉모습으로는 구분이 안 된다. 그러나 쌍둥이라 해도 각자가 가진 경험과 기억이 다르고, 성향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 시력과 지문이 다르다는 점 등은 악당을 코너로 몰아붙이는 재미있는 단서가 된다.




◇지성, 혼신을 다한 명연기로 감동

무엇보다 지성의 명연기가 시청자를 붙든다.

검사에서 살인혐의를 쓴 피고인으로 급전직하한 박정우의 암담하고 참담한 상황은 강하게 감정이입을 이끈다. 머리를 쥐어뜯고 가슴을 쳐도 돌아오지 않는 그 날의 기억 때문에 몸부림치는 지성의 연기는 혼자 보기 미안할 정도로 열연이다.

지성도 1인2역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피고인으로 전락하기 전까지는 범죄자들이 이를 가는, 청렴하고 열정적인 검사로서 종횡무진 활약해 액션 드라마를 보는 듯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그랬던 박정우가 자고 일어났더니 감옥에 갇힌 신세가 돼버리자 지성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겁을 잔뜩 먹은 정신질환자와 같은 모습으로 돌변했다. 얼굴 근육과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 하나하나에서 펄펄 뛰는 감정이 묻어난다.

뇌 속이 정전돼버린 자의 절박한 절규를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그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어두운 빛깔을 뒤집어엎고도 남는다.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손톱에서 피가 날 정도로 감옥 바닥을 긁어 글자를 새기는 등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박정우의 모습은 강한 자력으로 시청률을 모아온다.

'킬미 힐미'에서 무려 7개의 인격을 훌륭하게 소화했던 지성 아니던가.




◇그럼에도 정의를 향해

가족 살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박정우는 처음에는 항소를 포기한다. CCTV를 비롯해, 모든 증거가 명확하자 자포자기한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내 그가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찾아 나서는 것으로 방향을 틀면서 시청자의 응원을 독려한다.

정의가 바닥에 떨어져 갈기갈기 찢어진 현실 세계에 사는 시청자들의 정의구현에 대한 소망을 결집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어느 세월에 정의가 바로 설지 모르지만, 드라마 속에서라도 빨리 정의가 승리하기를 기원하는 바람을 그러모은다.

박정우의 누명이 벗겨질 확률이 제로이고, 지금껏 패소만 해온 국선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다. 박정우가 갇힌 감옥에는 온통 '검사 박정우'에게 복수할 날만 기다려왔던 범죄자들뿐이다.

반면 박정우의 반대편에는 사이코패스 재벌 2세가 자리하고 있다. 돈으로 모든 것을 움직이고 조작한다. 요즘 뉴스에 매일 등장하는 누군가가 떠오른다.

승산 없는 싸움이다.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드라마에서조차 질 수는 없다. 억울하게 당할 수 없다. 이러한 시청자의 마음이 바로 '피고인'의 강력한 엔진이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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