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바람으로 경선 흥행 높이고 '김종인 탈당 막기' 노리나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상승세를 보이며 '문재인 대세론'을 추격, '다크호스'로 떠오른 안희정 충남지사 띄우기에 나선 모양새이다.
중립성이 요구되는 원내대표직을 맡은 만큼, 특정 캠프에 몸담을 수는 없는 처지이지만 공개적, 비공개적으로 안 지사 돌풍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세론을 등에 업은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 흐름 차단에 나선 셈이다.
우 원내대표와 안 지사는 야권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의 대표적 주자들로, 87년 민주화운동으로 투옥, 감옥에서 만난 '30년 동지'이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때에는 문재인 전 대표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3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의 대선 게임이 재미있게 가고있다"며 "안희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엎을 수도 있다. 예전의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열세를 딛고 심장부인 광주 경선에서의 바람에 힘입어 당 후보 당선에 이어 대권을 거머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드라마를 재연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우 전 원내대표는 전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체제 시절 지도부 멤버들과 한 만찬에서도 "이번 경선이 일방적 승부로 가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 지사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안희정 세일즈'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1월20일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안 전 지사를 초청하는 형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전 비롯 원내대표이지만 안희정 후보를 지지하겠다. 오늘 하루 지지하겠다"며 농반진반으로 '시한부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의 안희정 띄우기를 놓고 다중포석이 깔렸다는 해석이 야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일단 86그룹이 기존의 참모그룹 이미지에서 탈피하며 '정치적 독립'을 선언한 상황에서 86의 리더격인 안 지사의 강점을 부각, 그의 최대 약점인 인지도 높이기를 통해 세대교체 바람에 탄력을 불어넣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민주당 경선이 문 전 대표 대세론에 이렇다 할 변수 없이 밋밋하게 갈 경우 국민적 관심을 얻지 못할뿐더러 본선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흥행 몰이에 나선 측면도 적지 않아 보인다. 우 원내대표 본인도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경선판을 띄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당내 비문 진영의 구심격인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전 대표가 "문 전 대표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전 지사가 승산을 기대해볼 만한 구도로 전개된다면 제3지대행을 염두에 두고 거취 고심을 하는 김 전 대표를 붙잡을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충청 출신으로, 중도 행보를 보여온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워 야권 지지층의 저변을 두껍게 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듯하다.
당 관계자는 "김종인 전 대표도 잡고 경선판도 띄우고 일거양득 아니냐"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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