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입차단·구조·수송 등 협력…EU 정상회담 직전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죽음의 바다'가 되어가는 지중해 난민 루트 차단을 논의하기 하루 앞서 이탈리아가 그 초석을 다졌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탈리아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가 로마에서 리비아 파예즈 사라지 리비아 총리와 만나 리비아 해안의 난민 수송을 막을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몇 년 동안 자국 해안경비대로 하여금 리비아 인근 지중해 해상에서 난민 수 만 명을 구조하도록 하는 등 난민 문제에 적극 개입해 왔다.
사라지 총리는 이번 협약은 리비아 국경 경비대의 지원을 늘리고 난민의 인도주의적 본국 송환 안을 포함하며, 경제적 협상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몰타에서 논의될 EU의 광범위한 계획에 비하면 이번 협약은 "한 조각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EU는 3일 몰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리비아를 떠나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의 수를 찾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각 회원국에 경제적 기여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번 정상회의가 유럽 잔류 승인이 떨어질 가능성이 없는 불쌍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행동을 취하도록 길을 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28개 EU 회원국 지도자들이 밀반입과 위험한 여정의 고리를 깰 수 있도록 더 강력한 조처를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사막과 바다에서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막고 동시에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에 대한 통제권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와 EU 지도자들은 리비아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의 상황을 몹시 우려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을 피하려는 아프리카 출신으로 전쟁 등 정치적 이유로 망명한 이라크, 시리아 출신 난민들과는 구분된다.
이들은 몇 달씩 리비아에 머물다가 밀수꾼들과 선이 닿으면 콩나물시루 같은 엉성한 보트에 몸을 싣고 지중해를 건넌다. 이중 대다수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구조되고, 배에서 떨어져 익사하는 사람도 많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지중해에서 최소 5천83명이 익사했다. 날이 풀리면 이주를 시도하려는 사람이 늘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생존자들은 피난을 위해 리비아에 머무는 동안 성폭력, 고문을 경험하거나 상한 음식을 먹고 노동을 강요당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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