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조교들에 '총장고발 불참' 확인서 받아 논란

입력 2017-02-03 13:55  

동국대, 조교들에 '총장고발 불참' 확인서 받아 논란

학교측 "노동자로 인정받으면 행정조교 못해"…대학원생들 "법적근거 없어"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조교들의 퇴직금과 4대 보험, 연차수당 등을 주지 않은 혐의로 총장과 이사장이 고발당한 동국대가 조교들에게 '고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3일 동국대학교와 신정욱 전 대학원 총학생회장에 따르면 학교 측은 최근 조교 52명과 면담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확인서를 제시했다.

확인서에는 "저는 학생으로서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며 이 사건으로 인해 총장님과 이사장님을 비롯한 학교의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그러므로 본인을 고발 대상자에서 제외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적혀 있다.

학교 측은 조교들에게 "노동자로 인정받게 되면 소득세와 4대 보험료를 내야 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오히려 줄어든다"며 "대학원 재학생을 행정조교로 두는 것 자체도 폐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시받은 조교 중 37명이 확인서에 동의했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신 전 회장은 "학교 측은 노동자로 인정받으면 실업수당과 초과근무수당 등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학교 측이 조교의 신분상 열악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박을 가했다면 강요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소송대리인인 이용우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는 "의대 인턴·레지던트, 실업계 고교의 현장실습생 등에 대한 판례는 피교육자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서 일하면 노동자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학생은 노동자가 될 수 없으므로 행정조교를 못한다거나 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법과 시행령·시행규칙에도 '조교'의 자격 요건을 '근무하려는 학교와 동등 이상의 학교를 졸업한 학력이 있는 사람'이라고만 들고 있을 뿐, 학생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제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학교가 제시한 확인서에 서명을 거부한 조교들도 15명이나 됐다.

A 조교는 "어떤 교직원이 찾아와 무슨 서류에 서명하라고 하던데 내용이 찜찜해 생각해보겠다고만 답하고 서명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B 조교는 "읽어봤더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서명 못 해 드리니 그냥 가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교가 행정조교 제도를 현행과 같이 운영해온 이유를 설명하고 조교가 동의하는 경우 확인서에 서명을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강압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조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안을 두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신 전 회장이 집행부를 맡은 동국대 32대 대학원총학생회는 지난해 12월 조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한태식(보광스님) 동국대 총장과 임봉준(자광스님) 동국대 법인 이사장을 서울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com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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