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근거지 둔 56억원대 사기조직 국내 활동책 4명 징역형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조직원들의 근무시간은 국내 금융기관의 영업 기간과 동일하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업무시간 이후에는 보스가 마련한 숙소에 머무른다. 외출·외박 시 팀장에게 사전 고지할 것.'
확인된 피해자만 500여명에 달하는 국제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행동 강령이다.
총책 임모씨는 2015년부터 필리핀 마닐라에 국제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필요한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조직원들을 끌어모았다.
임씨는 콜센터를 팀제로 운영하면서 보스인 자신을 필두로 팀장, 부장, 상담사, 국내 인출책 등으로 업무분장 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부 지원으로 가벼운 5.2% 금리, 최대 1억까지, 더 간편하게, 60일 무이자' 등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피해자들이 '미끼'를 물면 조직원들은 "가상의 거래명세를 만들어 대출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대출을 받으려면 인지세를 내야 한다." 등의 거짓말을 해 체크카드를 만들게 했다.
이 카드로 차명계좌를 만든 뒤 이후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사칭해 송금받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2015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이렇게 당한 피해자는 500여명이며 편취액은 56억5천여만원에 이른다.
조직은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모집한 신규 조직원들에게 항공권까지 마련해줬다.
조직원들이 필리핀으로 오면 여권을 보관하면서 조직원들이 임의로 귀국하는 것을 금지했다. 수사기관에 적발 시 윗선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등의 '뒤처리' 교육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이 조직의 국내 활동책 4명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 정윤현 판사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내 인출 총책 국모(33·여)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국씨는 조직 총책인 임씨의 부인이다.
정 판사는 또 인출책 등 조직원 3명에겐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각 징역 10개월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조직적·계획적·지능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질러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해액이 큰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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