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한일 외교 갈등으로 불거진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대하는 일본인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몇몇 일본인은 직접 소녀상을 방문해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일부는 1인 시위를 벌이며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3일 오후 2시 30분께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일본인들이 방문했다.
이중 키무라 리에(46·여)씨는 한글로 쓴 피켓을 들고 소녀상 옆자리에 앉아 "한국인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외쳤다.
리에 씨의 피켓에는 "저는 일본인으로서 일본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무시하고 돈으로 덮으려는 비겁하고 오만한 일본 정부를 무너뜨리지 않는 일본인이 한심하고 부끄럽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일본인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더는 이렇게 살아갈 수 없어 사과하러 한국에 왔다"며 "한국인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저는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썼다.
리에 씨는 소녀상에 고개를 숙인 뒤 자리를 떴다.
지난달 28일에는 일본인 야마모토 신야씨 부부가 소녀상을 방문해 꽃다발과 함께 사죄의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신야씨 부부는 편지에서 한글과 일본어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사과합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신야씨는 최근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부산겨레하나 측에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소녀상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소녀상이 설치되자 일본 대사를 귀국시킨 일본 정부의 행동은 잘못됐으며, 위안부를 겪은 사람에게 사과하고 싶어 소녀상을 찾아 헌화했다"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사죄의 움직임과는 달리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유인물을 붙이는 일본인도 있다.
30∼40대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지난달부터 소녀상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 남성은 소녀상 주변에 '일본인을 사랑하라', '반일감정 선동 그만', '한미일 동맹 강화', '구청장 사퇴하라', '동구청은 불법 설치물을 철거하라'고 쓴 종이를 붙이고 있다.
관할 동구청이 불법 부착물인 이 유인물을 방치하는 사이 3일 오전 부산 해운대에 사는 하모(41)씨가 부착물을 전부 떼어냈다. 하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남성은 오후에 다시 유인물을 붙이고 사라져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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