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하기관, 협의 결과 무시한 채 운영자 변경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경기도 산하기관이 어린이집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 '도의원의 지적이 있었다'며 이미 이뤄진 원아모집 공고까지 하루아침에 무시한 채 운영자를 변경,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학부모들은 운영자 선정 과정에 도의원의 외압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3일 경기도 산하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진흥원)과 이 진흥원이 관리하는 광교테크노밸리 내 어린이집 학부모들에 따르면 진흥원은 2011년부터 테크노밸리 입주 회원사와 공동으로 회원사직원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을 설립한 뒤 서울에 있는 A보육재단에 운영을 위탁했다.
진흥원은 보육 수요가 늘자 올 4월 개원을 목표로 테크노밸리 내에 제2 어린이집을 설립하기로 하고 운영을 A 재단에 맡겨 기존 어린이집과 통합 관리하기로 지난해 10월 회원사 및 학부모운영위원회와 협의를 마쳤다.
이어 11월 운영자를 A 재단으로 명시한 제2 어린이집 원아모집 공고를 냈고, 원아 추첨까지 마쳤다.
그런데 진흥원은 지난해 12월 말 갑자기 제2 어린이집 운영사 모집 공고를 냈으며, 15일 만에 모 대학 산학협력단을 운영자로 선정했다.
학부모들은 이 과정에서 학부모나 테크노밸리 입주 회원사들에 이같은 공모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 운영사 변경 사실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운영자 공모 과정에서 응모 자격을 '경기도 내 기관 또는 단체'로 제한, A재단의 응모 기회조차 박탈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그동안 학부모들은 A재단의 어린이집 운영에 만족해 일부 자녀를 신설 어린이집으로 이동시키기로 동의한 것"이라며 "그런데 진흥원이 일방적으로 어린이집 운영자를 변경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진흥원은 어린이집 설립에 대한 도의회 보고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 지적이 있어 운영자를 변경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화록 등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흥원이 한 도의원으로부터 운영자 변경에 압력을 받은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조만간 감사원에 어린이집 운영자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청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진흥원 시설담당 팀장은 "어린이집 설립 계획에 대한 도의회 보고 과정에서 의원들로부터 '도비가 지원되는 어린이집인데 왜 외지 기관에 운영을 맡기느냐,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 선의의 경쟁 등을 위해 도내 단체나 기관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운영자를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원아모집 공고 및 추첨이 진행된 상황에서 테크노밸리 입주 회원사나 학부모들에게 사전에 운영사 변경 추진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학부모들이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한 B도의원은 "도의회에서 집행부의 예산이나 정책 등을 심의하면서 의견을 제시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외압은 절대 없었다. 운영사 변경 등은 진흥원이 알아서 처리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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