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조선 후발주자들…'호황기 과잉투자' 탓

입력 2017-02-05 04:13   수정 2017-02-06 09:40

무너지는 조선 후발주자들…'호황기 과잉투자' 탓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조선업계가 과잉투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조선호황 때 건조능력 확대를 목적으로 거액을 들여 짓거나 세운 조선소·공장, 설비 등이 수주가 끊기면서 고스란히 과잉투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의 과잉설비도 문제지만 호황기인 2000년대 초중반 조선업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훨씬 심각하다.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국내 조선산업이 처한 과잉설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2008년 성동산업 마산조선소에 설치된 700t급 골리앗 크레인이 회사가 문을 닫은 후 마산항을 통해 루마니아의 한 조선소로 팔려나갔다.

국내 조선소를 대상으로 매각을 시도했으나 있는 설비도 줄이는 판에 사려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결국, 매입한 루마니아 조선소가 해체·운송·설치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해외로 매각됐다.

성동산업은 활황이던 조선경기가 식어갈 기미가 보이던 2007~2008년 무렵 마산조선소 부지를 사들여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동성 위기로 얼마 못 가 회사가 쓰러졌다.

250억원을 들여 만든 골리앗 크레인 역시 선박을 한 척도 건조하지 못하고 새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해체된 후 해외에 팔렸다.






조선소 부지 역시 여러 조각으로 팔려나갔다.

2005년 배 만드는 사업에 뛰어든 SPP조선은 당시 조선호황을 발판으로 부산에 R&D센터를 두고 사천조선소, 통영공장, 고성조선소 등에서 연간 50척 넘는 선박을 건조할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후 수주가 끊기거나 수주 선박 취소가 잇따르면서 현재 마무리작업 중인 선박을 제외하면 수주잔량이 사실상 한 척도 없다.

지난해 인수합병까지 무산되면서 SPP조선은 생사 갈림길에 섰다.

크레인과 플로팅 독 등 이 회사가 수천억원을 들여 설치한 각종 설비 역시 고철로 전락하거나 헐값에 팔리고 조선소 터는 방치될 위기에 처했다.

2004년 선박건조사업을 시작한 성동조선해양 역시 2000년대 중반 대대적으로 조선소 설비 확장을 했다.

그러나 추가수주가 없으면 올 하반기에 일감이 바닥나 야드 일부를 폐쇄해야 한다.






중소조선소가 밀집해 있던 통영시 도남동 일대는 황폐하기 그지없다.

이곳 역시 2000년대 초중반 조선호황 흐름을 타고 몸집을 불리거나 배 만들기를 시작한 신아SB, 21세기조선, 삼호조선 등 조선 3사가 밀집해 있었다.

그러나 이후 불어닥친 조선불황을 견디다 못해 폐업했거나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다.

조선소는 사실상 문을 닫았지만 야드, 공장, 크레인 등이 그대로 남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거액의 부채를 청산하려면 조선소 터와 설비를 팔아야 하지만 매각작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현대중공업은 일감부족을 이유로 2008~2009년 사이 조성한 군산조선소를 오는 6월 이후 가동 중단한다는 입장을 지난달 밝혔다.






국내 조선소를 비롯한 전 세계 조선업계는 2000년 초반 해운 물동량 증대로 선박 발주가 폭증해 활황을 구가했다.

기존 조선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주가 급증해 신생 조선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대형조선소에 선박 블록, 조선 기자재를 만들어 공급하던 회사들도 너도나도 신조에 뛰어들었다.

업체별로 수백억원, 많으면 1조원을 넘게 들여 새 땅을 사들이거나 해안선을 매립한 뒤 크레인과 공장을 세우고 야드를 새로 만들었다.

당시는 몇 년 치 수주물량을 쌓아놓고 있어 선박 건조과정에서 몇 차례 나눠서 받는 건조대금이 지속해서 들어왔다.

선박 건조대금에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도 수월해 거액을 빌려 설비를 확장했다.

그러나 꺼질 것 같지 않던 조선호황은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수주가 거짓말처럼 줄어들었고 올해 들어서도 조선시장은 여전히 침체일로다.

sea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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