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전년보다 34% 급증…영업이익률은 하락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국내 면세점의 작년 매출이 1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좋은 시절은 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고,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아 한시라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면세점 업계의 앞날에 먹구름이 낀 분위기다.
◇ 경쟁 격화로 수익성↓…신규면세점은 적자 행진
4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총 매출액은 12조2천75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매출은 전년 9조1천984억원보다 33.5%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면세점 매출은 2013년 6조8천326억원에서 2014년 8조3천77억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했으나 지난해 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외형 성장은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수가 단기에 크게 늘면서 경쟁이 심화해 전반적으로 비용 등이 늘어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살아남기 위해 무리하게 마케팅을 하다 보니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면세점의 2015년 매출액은 4조3천420억원이었고, 영업이익률은 8.9%였다. 지난해 매출액 추정치는 5조9천700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비교적 큰 폭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6~7%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라면세점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세다.
매출은 2015년 2조9천311억원에서 지난해 3조3천257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12억원에서 790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4년 1천490억원에 달했으나 2년 연속 감소세다. 영업이익률도 2014년 5.7%에서 2015년 3.1%, 지난해 2.4% 등으로 하락세다.
업계 1, 2위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들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도 애초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2015년 말부터 영업을 시작한 HDC신라면세점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갤러리아면세점63은 지난해 각각 3천971억원, 2천2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5월 개장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3천489억원, 두타면세점은 1천11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그 외 중소·중견면세점인 동화면세점과 SM면세점의 매출은 각각 3천547억원, 563억원이었다.
사업 초기 적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지만 최근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도태되는 업체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수수료 1조원 육박…곳곳에 위험 요소 포진
작년까지만 해도 면세점 특허 입찰은 '면세점 대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했으나 순식간에 상황이 뒤바뀐 셈이다.
최근 동화면세점과 호텔신라의 갈등도 이러한 상황 변화와 관련이 있다.
동화면세점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호텔신라에 700억원대 채무를 변제하는 대신 과반수 지분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김 회장으로부터 동화면세점 주식 19.9%를 매수한 호텔신라가 풋옵션을 행사하자 김 회장은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30.2%(57만6천주)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호텔신라에 전했다.
기존 19.9% 지분 외에 담보로 맡긴 30.2%를 호텔신라에 넘기면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의 50.1%를 소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김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인데, 호텔신라는 이를 거부하고 채무 변제를 요구하고 있다.
동화면세점의 '몸값'이 3년 만에 크게 떨어져 양측이 서로 떠안지 않으려는 '뜨거운 감자'가 된 셈이다.
경쟁이 격화되자 각 면세점이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할인 등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리면서 매출이 발생해도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송객수수료에서도 면세점 업계의 현실이 드러난다.
지난해 전국 22개 시내면세점 사업자가 지급한 송객수수료는 9천672억원으로 전년 대비 71.8% 증가했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다.
송객수수료는 2013년 2천966억원, 2014년 5천486억원, 2015년 5천630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저가 공세와 과다한 수수료 등으로 시장이 멍들고 있다"며 "작년 1조 정도의 수수료가 지급됐는데 대부분 중국으로 흘러간 일종의 '국부유출'"이라고 말했다.
면세점들이 늘어 명품 브랜드 유치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으로 중국인 관광객 감소 우려가 있는 등 불안 요인도 많다.
면세점 제도 개편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면세점 특허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 처리는 무산되는 등 업계에는 유리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연말에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이 문을 열면 서울 시내면세점은 13곳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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