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신장 이식받은 굿네이버스 회원 이병운씨, 수년째 후원 실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앞이 캄캄했다. 이유 없이 몸이 무겁고 어딘가 아픈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간 병원에서 만성신부전 판정을 받은 건 이병운(44)씨가 27살 때였다.
한창 바쁘게 일할 때 이씨는 2∼3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투석해야 했다. 보통 혈액 투석은 팔에 주사를 꽂아 진행하지만, 그는 목 근처 혈관을 찾아 응급 투석을 시작했다.
이씨는 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신장은 망가질 때까지 아픈 줄 모른다고 한다"면서 "병원에서는 장기 능력이 20∼30%, 어쩌면 그 이하라고 하더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씨는 "신장 이식이 필요했지만 부모님도 고령이셨고 가족 중에 맞는 사람이 없어 어려웠다. 20대 중반 나이에 직장도, 돈도 없는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고 회상했다.
오랜 투병에 지칠 때쯤 그는 한 신장협회의 도움으로 이식 수술을 받았다. 부모에게 의존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온 그에게 이식은 축복이고 희망이었다.
이씨가 누군가의 신장 한쪽을 자신의 몸에 품은 게 2008년 10월. 수술을 마치고 눈을 뜬 그는 '다른 이에게 받은 도움을, 받은 만큼 다시 돌려주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식받기 전부터 워낙 많은 도움을 받은 터라 시신이나 장기 기증 등도 알아봤지만, 장기 기증은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시신 기증에는 무조건 서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을 회복한 뒤 우연히 친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해외 후원 아동 사진을 보게 됐다"면서 "무작정 번호를 달라 해서 후원을 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씨는 현재 르완다에 있는 6살 여자아이 솔랑게의 '키다리 아저씨'다. 그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를 통해 2013년 5월부터 매달 3만원씩 후원한다.
해외 아동 결연에 이어 2년 전부터는 국내 아동 권리 사업 후원에도 돈을 보태고 있다.
이씨는 "내가 잘나서 하는 일이 아니라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그냥 하면 된다"면서 "친구 덕분에 후원을 시작하게 됐지만, 누구든 나눔을 실천하려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신 '인터뷰할 게 없는데', '특별히 잘난 일 한 게 아닌데',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던 이씨는 통화 끝자락에 다시 후원 얘기를 꺼냈다.
"혹시 홀로 사시는 홀몸노인 정기 후원하려고 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85세 노모를 모시다 보니 추운 겨울 홀로 어르신들이 걱정이네요. 기자님이 추천 좀 해주세요."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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