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 아트큐브서 개인전 '매직 완드'(magic wand)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노상호(31) 작가는 인터넷 공간에서 떠도는 이미지들을 채집한다. 인쇄한 이미지 아래 먹지를 대고 윤곽의 전체나 일부를 딴 다음에 아크릴 물감이나 수채 물감으로 채워 넣는다. 본디의 이미지와 이야기는 사라지고 작가의 기억과 경험이 녹아든 새로운 이미지, 이야기가 탄생한다.
작가는 2012년부터 약 4년간 "매일 숙제처럼 해 왔다"는 이 작업을 '데일리 픽션'이라 부른다. 판화 전공이라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드로잉 연습을 위해 시작한 '데일리 픽션'은 작업의 기본 단위가 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송은 아트큐브에서 진행 중인 노상호 전(展) '매직 완드'(magic wand)는 '데일리 픽션'에서 발전시킨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장 한편에 의류매장처럼 걸린 옷걸이 수백개가 '데일리 픽션'이다.
작가는 4일 "제가 이미지와 이야기를 퍼뜨리는 방식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저는 인터넷 가상환경과 현실의 쏟아지는 이미지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얇고 넓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칭해왔고, 그림도 그런 방식으로 작업한다고 생각해요. 그림이 싸구려 비닐에 싸인 채 옷걸이에 걸려 있잖아요? 그런 팔랑팔랑대는 이미지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사람들이 쉽게 소비하는 물건처럼 제 그림을 느꼈으면 해요."
작가는 지난해부터 '매직 완드' 시리즈에 몰두하고 있다.
매직 완드라고 불리는 포토샵 기능을 사용, 컴퓨터에 저장된 1천200여 점의 '데일리 픽션' 데이터베이스에서 다양한 형상들을 오리고 재조합한다. 그 다음 이를 캔버스에 옮겨 구아슈(불투명한 수채 물감)로 그림을 그린다.
추상화 같은 '매직 완드' 작품들은 원래 이미지를 유추하는 재미도 준다.
인터넷 공간에서 채집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데일리 픽션'이 탄생하고, 다시 '매직 완드'로 이어지는 작업은 '순환'을 보여준다. 작가 자신이 전시된 작품을 촬영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관람객이 작품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그 이미지들은 다시 인터넷 공간을 떠다닌다. 이들은 다시 '데일리 픽션'의 재료가 돼 돌고 돈다.
"이미지/이야기가 내 손을 떠난 이후에 다른 사람의 개입을 늘 허용하고 있고, 그 개입으로 그림은 다시 새로운 자료가 돼 가상환경을 부유합니다. 전시장이 아닌 SNS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작가노트)
이 전시는 송은문화재단이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3월 8일까지 계속된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