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전 노르웨이 총리가 미국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으로 미국 공항에서 1시간 동안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셸 망네 본데비크 노르웨이 전 총리는 지난 2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 참석차 지난달 30일 오후 유럽에서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다.
워싱턴공항에 도착한 본데비크 전 총리는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했다.
공항의 관세국경보호청 직원들이 그의 여권에서 지난 2014년 이란 방문 기록을 확인한 뒤 다른 사무실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여행자들이 추가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데비크 전 총리는 40분을 기다린 뒤 이란 방문에 대해 20분간 조사를 받은 뒤에야 풀려났다. 이란 방문은 인권 콘퍼런스에서 연설차 간 것이었다.
그는 여권이 노르웨이 전 총리라는 걸 명백히 가리키는데도 조사를 받았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ABC7 방송에 "테러리스트가 이 나라에 입국하는 것을 놔두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외교 여권을 갖고 있고, 전 총리라는 것을 알았을 땐 그걸로 충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 나라에 아무런 문제나 위협이 안 된다는 것을 안 즉시 입국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린 반이민 행정명령은 이란 등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일시 금지한다.
본데비크는 이들 7개국 출신 여행자의 입국을 제한한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서명된 2015년 법 때문에 조사했다고 공항 직원들이 얘기했지만, 이전에 미국 방문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이번에 오기 전에 오슬로 주재 미국대사관으로부터 여권과 전자비자만 소지하면 된다는 확인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본데비크는 노르웨이 매체 더 로컬에 "테러에 대한 두려움은 이해하지만 민족 전체를 그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반이민 행정명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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