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금융규제 타당성 검토 지시…규제해제 '첫발'

입력 2017-02-04 01:30  

트럼프, 금융규제 타당성 검토 지시…규제해제 '첫발'

트럼프 행정명령 서명 예정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언했던 대로 금융규제 해제에 나섰다. 당장 모든 금융규제가 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만든 금융규제체제의 대대적인 변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3일(이하 현지시간) 경제전문방송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 등 관련 부처에 '도드-프랭크' 금융규제법률 내용의 타당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행정명령 형태로 이런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콘 NEC 위원장은 현행 금융규제제도 때문에 "은행들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현금을 깔고 앉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은행들이 다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 위원장은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2010년 시행된 '도드-프랭크' 법률은 대형 투자은행들을 비롯해 미국에서 영업하는 금융회사들이 더 강화된 재정건전성 요건을 갖추거나 새로운 금융규제기관을 만드는 등의 조치들로 구성돼 있다. 이 법률은 2008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의 원인을 반성하는 과정에서 마련됐지만, 현재 집권당인 공화당에서는 오바마 정부에서 만든 과도한 규제의 대표적 사례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앞서 콘 NEC 위원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연금 가입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이해 충돌 방지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도 재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직후 '도드-프랭크'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대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난달 취임 직후 발표한 '6대 국정기조'에도 규제 완화 의지를 담았다. 지난달 30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도드-프랭크' 법률을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고위 관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도드-프랭크 법률을 당장 없애라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부가 (규제 완화를 위해) 독자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 NEC 위원장은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도드-프랭크'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이번 조치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CFPB 역시 공화당에서 줄곧 폐지하라고 주장해 왔던 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도드-프랭크 법률 지우기'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smi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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