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부, 개인 13명-단체 12개 제재…이란, 강력 반발할듯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첫 이란 제재…양국 갈등 고조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결국 이란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제재를 넘어 장기적으로 '이란 핵합의' 파기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의 최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개인 13명과 단체 12개를 제재대상에 새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란에 대한 첫 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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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는 제재의 이유로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각종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도발적 행위를 꼽았다.
제재대상도 모두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 및 지원에 연루된 인물과 단체들이다. 단체의 경우 이란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레바논, 중국 등에 근거지를 둔 회사도 포함돼 있다.
재무부는 "오늘 발표한 제재는 이란의 악의적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재무부의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이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추가 제재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며, 이란 핵합의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 그래도 갈등과 불신의 골이 깊이 팬 트럼프 정부와 이란 당국 간의 마찰이 이번 제재를 계기로 더욱 악화되면서 결국 이란 핵합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에 극도로 부정적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파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이란은 미국과 한 '끔찍한 협상'(이란 핵합의)에 감사했어야 했다. 이란은 다 죽어가는 상황이었고 미국이 이란 협상의 형식으로 1천500억 달러(약 171조5천억 원)라는 생명줄을 주기 전까지 붕괴 위기에 있었다"며 이란 핵합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공화당은 그동안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타결된 핵합의를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파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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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대응도 간단치 않다.
이란 외무부는 전날 마이클 플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공식 경고' 브리핑에 대해 "상습적인 근거없는 도발"이라고 일축하면서 미국의 제재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자국의 미사일 시험 발사 자체에 대해서도 "이란은 자주 국방력을 키우는 데 (미국의) 허가가 필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특히 이란은 이미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부터 미국이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핵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미국과 이란 양국 간의 '강대강 대치'가 현실화될 수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번 제재가 핵합의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어서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란의 대응 여부에 따라 양국 간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더욱이 미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현재 이란에 대한 새로운 포괄적 제재안까지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이란을 더욱더 자극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밥 코커(테네시·공화) 상원 외교위원장은 전날도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최소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추가 제재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 등 이란 핵합의 당사국들은 핵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관련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합의 파기시 이란이 다시 핵프로그램을 재가동하면서 중동지역이 다시 핵개발 경쟁의 화약고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란과 주요 6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이 2015년 7월 타결한 이란 핵합의는 이란의 핵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그동안 서방이 이란에 부과해 온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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