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관 "피해 사례 끊이지 않아"…"술 마시자고 하면 무조건 헤어져야" 조언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스탄불 유적지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사진을 찍으며 한 터키인과 우연히 말을 섞게 됐다.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이라고 밝히자 상대방이 크게 반색을 하며 '안녕하세요' '사랑해요'를 주워섬겼다.
터키인은 배구선수 김연경과 가수 싸이의 팬이라며, '형제의 나라' 국민을 만났으니 근처에서 간단히 맥주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들뜬 마음에 흔쾌히 응했다간 몇시간 후 수백만원을 털리고 후회할 수 있다.
주이스탄불 총영사관은 이스탄불 여행객을 상대로 한 '술값 사기'가 빈번하다며 여행객의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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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총영사관이 공지한 '술값 사기 유형 및 대처요령'을 보면 사기범들은 보통 남자 혼자 또는 남자 두셋이 함께 다니는 일행을 노린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자신을 터키인이라고 밝히는 사기꾼은 한국인에게 '형제의 나라'라며 접근하거나, 그리스 또는 두바이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이라며 '한류 팬'을 강조하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작업 장소'로 가지 않고 인근 카페나 식당에서 차나 맥주를 가볍게 마시고 자신이 돈을 내기도 한다. 경계심을 완전히 풀게 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내가 아는 좋은 곳이 있다"는 말에 이끌려 술집에 들어섰다면 이미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사기에 가담한 이런 술집에서는 맥주 한 잔의 가격이 우리 돈으로 10만원 이상이고, 와인 또는 샴페인은 1병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접대 여성이 몇분 간 앉았다 가는 경우도 빈번한데, 서비스 비용이 부과된다.
두 세명 일행이 술 몇 잔을 마시면 술값이 200만∼300만원을 훌쩍 넘긴다.
함께 술을 마시던 사기꾼들은 계산서를 보고 "비싸다"고 화를 내며, 자신들이 반을 부담하겠다고 말해 일당이 아닌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사기임을 알아차리고 빠져나가려 하거나 술값 지불을 거부하면, 험상궂은 일당을 데려오거나 총기를 보여주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도저히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두려운 마음에 돈을 주고 현장을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를 해도, 보상을 받지는 못한다.
주 이스탄불 총영사관은 "관광지에서 만난 현지인과는 길게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술을 마시자는 말이 나오면 무조건 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etc/epa/2013/12/12//PEP20131212096801034_P2.jpg)
이스탄불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터키 관광이 인기를 끌 무렵에는 일주일에도 몇 건씩 술값 사기 피해사례가 보고됐고, 관광객이 드문 요즘에도 계속 발생한다"면서 "남자 관광객들은 특히 술값 사기의 표적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술값 사기 피해 글이 끊이지 않는다.
약 2주 전 술값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글에는 "자주 올라오는 사기수법", "엄청나게 많이들 당한다", "모르는 사람이 술을 마시자고 하는데 의심도 안 해보나" 등의 글이 달렸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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