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이슬람권 7개국 출신의 비자 발급을 한시적으로 금지해 전 세계적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민자들이 건설한 나라에서 인종 및 종교를 이유로 내세워 빗장을 잠그는 것은 비(非)미국적이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미국에서 들끓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불확실하지만 '반(反) 이민' 정서가 노골화된 것이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광대한 서부개척과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 이민 노동력을 필요로 했던 미국이 처음으로 특정 국가 출신의 이민을 막은 것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2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체스터 아더가 '중국인 배제법'(Chinese Exclusion Act)에 서명하면서 특정국 출신의 이민을 막는 첫 조치가 발동됐다.
이 법은 중국인의 이민을 막고, 이미 미국에 들어와 있던 중국 출신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이 이 법을 도입한 것은 기존 미국인들의 아우성 때문이었다. 1870년대 들어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낮은 임금을 감수하면서 미국에서 일하던 중국인이 공격의 대상이 됐다.
또 미국에 들어와서도 중국인끼리 타운을 만들어 생활하는 중국인의 배타성도 유럽 출신 미국인들의 미움을 받았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철도건설 노동자로서 혁혁하게 기여했던 중국 출신 이민자는 괄시와 냉대를 받게 됐다.
중국인의 미국 이민이 다시 풀린 것은 2차대전 당시였던 1943년에 일본의 침공에 맞서 중국과 미국이 동맹관계를 형성한 것이 계기로 작용했다.
미국은 1920년대에는 국가별로 쿼터를 할당해 이민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아시아 출신의 이민을 막는 게 주된 목적이었으며, 동유럽 및 남유럽의 이민을 억제하고 북유럽과 서유럽의 이민을 권장하자는 의도였다.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에는 이란 출신의 이민이 한시적으로 금지됐다.
1979년 이란의 과격 세력이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을 침입해 52명의 미국인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자 미국 정부가 내린 보복조치였다.
1980년 4월 기자회견에서 카터 대통령은 "당장 오늘부터 이란인에게 발급된 모든 비자를 무효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란 출신의 입국을 막았다.
이 조치는 끝이 보이지 않던 인질극을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인 조치였으며, 인질이 풀려난 뒤에는 이 조치도 폐기됐다.
이란은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내린 비자발급 중단 대상 국가에 다시 포함됐다.
하지만 카터 행정부때에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인 조치였다는 점에서 이번과는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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