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해 온 중국이 최근 한국에 사드 배치 일정을 연기하도록 종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한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국 외교관은 한국과 미국이 작년 7월 초 사드 배치에 합의한 이후 중국 외교부 관리들과의 협상 시도가 거절당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행정부가 최순실 관련 부패 스캔들로 뒤흔들린 이후 중국의 태도가 변했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중국 외교관들이 현재 우리와 사드 문제를 논의하려고 한다"며 "그들이 이전에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강경했지만, 지금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한국의 안보 우려를 이해하지만 너무 빨리 배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측 태도 변화의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 배치에 공개 반대한 적 있는 한국 야당 인사가 정권을 잡은 후 정책이 변할 가능성을 기대하며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 지린(吉林)대 쑨싱제(孫興傑) 국제관계학 교수는 "(사드 배치 전에는) 적어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사드 배치가 끝나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에 차기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중국이 사드 배치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 리카이성(李開盛) 연구원은 "사드 배치가 한국 대통령의 결정이지만, 북한이 국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굳건하게 믿는 많은 한국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 이규태 교수는 "중국이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압박하는데 더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한국에는 북한의 안보 위협이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미국과 긴밀한 군사 관계와 북한의 위협을 고려할 때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한국이 사드 배치를 쉽게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전날 열린 회담에서 사드를 연내 배치해 운용할 수 있도록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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