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태국에서 1천800억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도박개장 등) 등 혐의로 총책 이모(35)씨와 인출책 이모(40)씨, 모집책 윤모(34)씨 등 3명을 구속하고, 통장을 팔거나 빌려준 공범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태국에서 사이트를 운영해 온 박모(40)씨는 동료의 검거소식을 듣고 잠적했다. 이에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신청했으며, 곧 외교부에 여권 무효화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씨 일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전 세계 축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에 베팅하는 수법으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도박 자금 1천800억원을 입금받고 30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총책 이씨는 인출책 이씨가 일하던 바에 손님으로 자주 드나들며 친분을 쌓아오다 도박사이트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이씨는 중학교 후배인 윤씨를 회원 모집책으로, 인출책 이씨는 고등학교 동창인 박씨를 사이트 운영자로 끌어들였다.
총책 이씨와 인출책 이씨 그리고 사이트 운영자 박씨는 각각 1천만원씩 투자해 소스를 개발하고 서버를 구축하는 데 사용했다.
투자한 돈은 같았지만, 총책 이씨가 챙긴 범죄수익금이 1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는 1억원이 훌쩍 넘는 벤츠 차량 2대를 소유했으며, 보증금 2억원에 월세가 400만원인 서초구 소재 오피스텔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총책 이씨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한국에서는 인출책 이씨를, 태국에서는 사이트 운영자 박씨에게 지시를 내리는 상사였던 셈이다. 사이트 운영자 박씨는 8억원, 인출책 이씨는 4억원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중국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을 사용하며 의사소통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태국에서 도피 중인 박씨의 뒤를 쫓고 해당 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한 회원들을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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