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 최대 변수…潘 하차후 독주체제 文, 1차서 과반 얻을까
安·李 '文 과반저지'는 공동목표, '결선티켓' 놓고는 신경전 치열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야권에 유리한 대선판도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의 경쟁도 4일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통상 대세론이 지배하는 대선 경선의 경우 역동성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민주당 경선은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 속에도 2~3위를 달리는 안희정 충남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 흥행에도 성공할 조짐이다.
무엇보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된 것이 경선 레이스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해 경선을 끝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의 경우에는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를 함께 저지해야 하는 동시에, 서로 간의 2위 다툼도 치열하게 벌여야 하는 등 세 주자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이다.
◇ 文 견고한 독주…1차 투표 과반 가능할까 =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로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겨 결선투표 이전에 승부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이 하차한 이후 야권에서는 대세론이 더욱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1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지지자 가운데 11.1%가 문 전 대표에게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주자들 가운데는 가장 많은 지지율을 흡수한 것으로 안 지사(7.6%), 이 시장(3.4%)을 앞섰다.
한국갤럽이 1~2일 전국 성인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문 전 대표는 32%의 지지를 받아 안 지사(10%)나 이 시장(7%)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야권 관계자는 "선거에서는 이른바 '될 법한' 인물에게 표를 던지는 지지자들도 많다. 그만큼 준비된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반 전 총장의 사퇴로 '인물론'에서는 문 전 대표가 가장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4일 저서인 '대한민국이 묻는다' 북콘서트를 진행한 데 이어 5일에는 서울 중랑구에 있는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원'을 방문하고, 다음주에는 충청에서 세몰이를 해 독주체제 굳히기를 시도한다.
다만 후발주자들이나 당 외부의 '때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문 전 대표의 과반 확보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또 반 총장의 중도하차 이후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경계할 대목이다.
◇ 安-李 불 뿜는 2위 경쟁…'중도'vs'진보' 충돌로 관심 집중 = 이번 전대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이다.
이들은 단순히 2위 다툼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를 위협하면서 판세를 안갯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에서는 어차피 이번 경선이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구도로 진행되는 만큼 결선투표가 진행된다면 이변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우선 안 지사 측에서는 최근의 상승세에 반 전 총장의 하차 이후 충청 표심까지 흡수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1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지지율 10%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달 조사에서 기록한 3%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시장의 경우 이 조사에서 지지율 7%로, 지난달 12%보다 5%포인트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경선은 여론조사와는 다르다"며 "한 달 안에 뒤집을 수 있다"고 공언하는 등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양측은 문 전 대표를 겨냥해 "한 번 더 생각하면 안희정이다"(안 지사), "대세론엔 천장이 있다"(이 시장)고 공세를 펴면서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과반득표를 막아야 하는 점에서는 입장이 같은 셈이다.
동시에 양측 사이에서도 불꽃 튀는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와 '최후의 승부'를 벌일 결선행 티켓을 잡기 위해서다.
양측은 앞서 안 지사가 이 시장의 성남시 무상급식 정책을 겨냥한 듯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공짜밥 논쟁'을 벌였다.
최근에는 안 지사가 내놓은 대연정론에 이 시장이 "청산할 적폐세력과 대연정이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등 강펀치를 주고받고 있다.
특히 안 지사는 중도층을 겨냥한 듯한 행보를, 이 시장은 진보층을 결집하려는 듯한 모습을 각각 보여 더욱 관심을 끈다. 야권 관계자는 "주요 이슈마다 둘의 입장이 계속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 지사는 이날 강북구 카페에서 '2040과 함께 하는 아이키우기 브런치 토크'를 진행하며 젊은층 표심을 공략한다.
이 시장은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는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