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군사력 키워 中 견제의도인듯…동아시아 긴장고조 불가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안보 사령탑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일본의 방위비 증강에 '동의'해 주목된다.
이는 일본을 축으로 아시아 외교안보 전략을 운용하면서도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탐탁치 않게 여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는 크게 다른 행보로 보인다.
일본을 방문 중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언급한 것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일본의 방위비 확대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했고, 중일 분쟁 대상인 오키나와(沖繩)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가 미국의 방위 대상이라고 확인했으며,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 활동을 도발적 행위로 규정한 것 등이다.
우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인 2013년부터 일본 정부가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계속 방위비를 늘려 작년에 처음으로 5조 엔(약 51조 원)을 돌파한 데 대해 매티스 장관이 "안보환경의 어려움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런 방위비 확대가 당연하다면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맞장구 친 것은 차후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對) 아시아 정책 윤곽을 드러낸 언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티스 장관이 이어 "미일 동맹이 커지면서 미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가 방위 인력과 능력에 계속 투자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도 말한 점도눈여겨 볼 대목이다. 앞으로도 일본의 방위력 증강 필요가 있으며, 미국이 이를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티스 장관의 이런 언급에 비춰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용인·지원함으로써, 센카쿠 열도를 중심으로 한 동중국해 분쟁은 물론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영유권 장악 시도에 대처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말해 일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경우에 따라선 봉쇄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런 지원으로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 행보가 노골화해 아시아의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그와 함께 무역·환율 전쟁으로 이어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어려움이 가증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갈등이 극대화하고 일본의 군국주의 행보가 노골화하면서, 아시아 정세가 거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중국은 '전열'을 가다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밤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로 낸 성명에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와 그 부속 도서는 예로부터 중국 고유 영토이며 이는 왜곡할 수 없는 역사 사실"이라며 "미·일 안보조약은 냉전 시대 산물이며 중국의 영토주권과 정당한 권익을 훼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센카쿠 분쟁을 포함한 동중국해 영토 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미일 양국의 남중국해 공세에 대해서도 세게 맞받아칠 공산이 커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아베 정권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지원에 대해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원래부터 몹시 바라던바)'의 기색이 역력하다.
오바마 대통령 퇴임 직전에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제2차 세계대전 때 미일 양국 간 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진주만 공습'에 대한 앙금을 털어내는 퍼포먼스를 훌륭하게 수행했던 아베 총리는, 이제 군국주의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아베 총리는 전날 저녁 매티스 장관을 만나 일본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가능하게 한 안보관련법(이하 안보법)을 설명하고, 방위력 확대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등 '야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작년 시행된 안보법은 자위대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아베 정권은 이를 바탕으로 '전쟁 가능한 나라'로 나아가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아베 총리는 자국의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정부가 그동안 지켜왔던 '방위비 GDP의 1% 이내' 원칙을 무시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중 일정 비율로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를 우리나라가 지킨다'는 기개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방위비 증액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라고 할 ' GDP의 1% 이내'라는 원칙 폐기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올해 하반기 참의원 해산과 총선거 실시 후 전쟁과 무력행사를 포기하며 육해공군과 여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9조를 바꿔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아왔다.
이런 가운데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방일을 통한 '일본 방위력 증강 지원'이라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메시지는 일본의 군국주의 행보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