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간여행 떠나볼까요"…덕수궁 석조전의 꼬마 해설사

입력 2017-02-05 13:36  

"이제 시간여행 떠나볼까요"…덕수궁 석조전의 꼬마 해설사

초등학생 20명, 덕수궁서 해설사로 활약…"역사지식 알려 행복해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가슴에 배지를 단 초등학교 5학년 김민 양이 긴장된 표정으로 사람들 앞에 섰다. 배지에는 조선 제26대 임금인 고종(재위 1863∼1907)이 썼던 통천관과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오얏꽃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곳은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인 석조전.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 외국 사신을 만나는 장소로 쓰기 위해 건립을 명했고, 10년간의 공사를 거쳐 1910년 준공된 건물이다. 해방 후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쓰이다 지난 2014년 10월 대한제국 황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대한제국역사관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4일 석조전 어린이 해설사로 처음 나선 김 양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이제 본격적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해설을 시작했다.

이날 김 양을 비롯해 초등학교 5∼6학년생 6명은 어린이 해설사로 데뷔했다. 이들을 포함한 해설사 20명은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작년 10월부터 2개월 남짓 덕수궁과 석조전의 역사, 대한제국역사관의 전시 내용을 공부했다.

어린이 해설사들은 1층의 귀빈 대기실과 접견실, 대식당과 소식당, 2층의 중앙 복도, 황제 침실과 황제 서재, 황후 거실과 황후 침실에 각각 배치돼 릴레이를 하듯 해설을 이어 나갔다.






김 양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박효경 양은 대식당과 소식당의 해설을 맡았다. 박 양은 질문을 거푸 던지며 참가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영국에서는 식탁의 가운데에 높은 사람이 앉고, 미국에서는 한쪽 끝에 높은 사람이 앉았어요. 우리는 미국식을 따랐죠. 그럼 만찬에는 어떤 음식이 나왔을까요? 한식이 아니라 서양식이 차려졌습니다."

정다연 양은 첫 해설임에도 능숙하고 활기차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겨울이어서 발코니에 나갈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한 뒤 2층 중앙 복도에 걸려 있는 사진들에 대해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어머님들, 참여해 주세요", "아버님 저를 봐주세요"라고 말하거나 박수를 유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황제의 침실에서는 최민준 군이 해설사로 등장했다. 최 군은 석조전이 황제를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지만, 정작 고종은 석조전이 아닌 덕수궁 함녕전에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그렇다면 누가 이 침실에 잤을까요"라고 묻고는 "고종의 아들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이 일본에서 귀국하면 잠시 머물렀다"고 답했다.

황후의 침실까지 차분하게 설명한 어린이 해설사는 당차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대한제국은 13년간 계속됐습니다. 고종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라를 개혁하고자 했던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프로그램이 끝난 뒤 다시 만난 김 양은 "역사 공부를 좋아해 해설사를 해 보고 싶었는데, 꿈을 이뤄 행복하다"며 "해설을 하다 실수하면 역사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4학년생 딸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동희 씨는 "어린이 해설사들이 또래의 눈높이에 맞춰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하려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면서 "내년에는 내 딸도 해설사로 활약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석조전 어린이 해설사 프로그램은 8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10분과 11시 15분에 진행된다. 소요 시간은 40∼50분. 초등학생이 있는 가족 관람객만 참가할 수 있으며, 신청은 덕수궁관리소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