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국 국적자들로 공항 '북적'…불확실성은 여전
美법무부 항소에 법정공방 2라운드…항공사들 "상황 바뀔 수 있다" 공지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라크, 예멘 등 이슬람권 7개국 여행객들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으로 몰려가고 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미국 가는 길'이 열리긴 했지만 미 법무부의 항소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분주히 움직이는 분위기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미국 비자를 소지한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들이 반이민 행정명령 효력이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행 비행기에 서둘러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유효한 미국 입국 비자를 소지한 사람들은 미국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7개국 국적자들은 상황이 바뀌기 전에 일단 미국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예멘 출신의 한 가족은 비자가 없는 두 자녀를 친척들과 함께 이집트에 남겨두고는 서둘러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행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는 행정명령 효력의 중단 발표 뒤 바그다드 국제공항이 유난히 북적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경제 자문단서 사퇴한 미국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최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칼라닉도 발이 묶인 일부 직원을 위해 비행기 티켓을 대거 구입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맞선 시민단체 아랍미국시민권연맹은 입국이 거부됐던 사람들에게 가급적 빨리 비행기에 탑승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앞으로 법원 결정에 따라 언제 다시 미국 입국의 빗장이 내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가 이날 법원 명령에 불복하며 항소 절차에 들어가면서 미국 입국 금지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법무부는 이날 저녁 시애틀 연방지법의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며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 통보서(Notice of Appeal)를 냈다.
상황에 따라 이번 소송은 대법원까지도 갈 수 있다.
불확실성과 관련한 우려는 항공사들의 공지에도 잘 드러났다.
항공사들은 미국 비자를 소지한 이슬람권 7개국 출신의 미국행 여객기 탑승이 가능해졌지만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웹사이트에 미국의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 정지 소식을 전하면서 "이민 규정에 따라 언제든 예고 없이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미레이트 항공도 "미 입국 요건이 바뀔 수 있으며, 미 관세국경보호청이 제시한 안내 지침을 계속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항공사는 여전히 7개국 국적자의 미국행 여객기 탑승을 재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지부티의 이민 변호사 줄리 골드 버그는 지부티 공항에 갇힌 예멘 사람들을 위해 미국행 비행편을 알아보고 있으나, 카타르 항공과 터키 항공으로부터 7개국 출신은 여전히 탑승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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