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가깝고 물가상승률은 2% 안 넘을 것"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국내의 한 경제연구기관이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지만, 한국은행과 대부분의 전문가는 아직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일 보고서에서 "공급자 측에 의해 주도되는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으로 수년간 지속하던 저성장-저물가 기조는 마감되고 저성장-고물가 기조로 이행해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인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실제로 발생하면 국민은 물가 상승과 실업 증가의 이중고를 경험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는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가 눈에 띄게 오르면서 자칫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1월 소비자물가가 2%로 집계된 것을 두고 크게 올랐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이 2%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며 "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현재 한국 경제를 '불황'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7%를 기록했고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AI(조류인플루엔자) 사태에 따른 달걀값 급등 등 일시적 요인에 따라 2.0%로 다소 높았지만, 앞으로는 1%대 후반으로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 체감·생활물가 악화로 보는 것이 맞다"며 "스태그플레이션에서는 전반적으로 일반 공산품 가격까지 전반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물가가 식료품, 공공요금, 석유류 중심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석 한양대 교수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려면 물가 상승세가 아주 높아야 하는데 그렇게 높진 않다"며 "지난달 2% 정도면 목표물가, 원하는 물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55.45달러로 1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앞으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원유 수입량이 많은 우리나라 물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한은도 작년 12월 3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그동안 저인플레이션(낮은 물가상승률)을 이끌었던 상품물가가 오름세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소비자물가의 오름세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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