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누명 벗은 비둘기'…비둘기 죽인 진범은 누구

입력 2017-02-05 16:43   수정 2017-02-05 17:17

'AI 누명 벗은 비둘기'…비둘기 죽인 진범은 누구

주민들 "누군가 먹이로 비둘기 불러모아"…경찰, 독살 가능성 수사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비둘기가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으로 집단폐사 한 게 아니라 천만다행입니다."

지난달 30일 광주 도심 천변에서 7마리가 집단 폐사한 채 발견된 비둘기 사체 AI 감염 여부 검사결과 '음성' 판정이 5일 나왔다.


시민과 접촉 우려가 큰 비둘기에서 AI 확진 판정이 나올까 노심초사하던 관할 지자체는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왔었기 때문에 이들의 '비둘기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비둘기 AI 감염 가능성을 관련 전문가들은 그리 크게 보지 않았다.

국내외적으로 비둘기 AI 감염이나 바이러스 전파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광주 집단 폐사 비둘기들이 한 장소에서 거의 같은 시간대에 숨진 점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보다는 외부요인에 의한 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AI 감염 가능성이 '음성'판정으로 마무리되면서 비둘기 폐사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집단 폐사한 비둘기에 대해 AI 감염 여부를 조사한 국립환경과학원은 검사한 비둘기 사체를 해부해 가검물을 조사하는 등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비둘기 집단폐사의 유력한 사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독살이다.

비둘기 폐사체가 발견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예방적 방역을 하던 현장 주변에서는 '조류 모이'로 추정되는 쌀과 콩 등 수상한 먹이가 다량 발견됐다.

경찰은 이 먹이에 누군가 독극물을 섞었고 비둘기들이 이를 먹어 집단 폐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에 대한 독극물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최근 1년여 동안 신원미상의 주민이 주변에 비둘기 먹이를 상습적으로 살포해 "유해 조류인 비둘기를 불러모은다"는 불만을 샀다.

먹이를 수거해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주변 CCTV를 찾아 먹이를 살포한 주민을 찾으려 했지만, 한적한 도로에 설치된 CCTV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광주 북구청 담당 직원도 집단폐사 비둘기가 발견된 이후 매일 현장을 지키며 먹이를 살포한 주민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지만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국과수 감식 결과 '수상한 먹이'에서 독극물이 검출되면 적극 수사해 먹이를 살포한 범인을 붙잡을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야생조류 전문가들은 "비둘기를 즉사시킬만한 독극물은이 시중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독살 가능성을 낮게 봤다.

쌀과 함께 섞인 콩에 독극물이 섞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경찰도 콩이 어떤 종류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해 수사가 자칫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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