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주말인 4일 경기 동탄신도시의 초고층 주상복합 부속 상가에서 불이 나 주민과 작업자 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부상했다. 불은 소방관들에 의해 1시간여 만에 꺼졌지만 유독가스가 급속히 퍼져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이 나왔다. 인접한 초고층 주거동으로 불이 번지지 않고 비교적 일찍 잡힌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큰 참사가 날 뻔했다. 소방당국은 상가 내 철거 현장에서 산소절단 작업 도중 발화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한다.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가 널려 있던 곳에서 불꽃이 많이 튀는 산소절단 작업을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발화 직후 경보기와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는 말도 있으니 또 하나의 '인재'가 아닌지 모르겠다.
불이 난 메타폴리스는 동탄 신도시의 랜드마크였다. 1천266 가구가 입주한 층고 55~66층의 4개 동이 상가동과 붙어 있는 구조이다. 이런 초고층 주상복합이 요즘 조망권 프리미엄을 업고 인기를 끌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전국의 30층 이상은 아파트를 포함해 2천541개 동, 50층 이상은 85개 동이다. 초고층건물의 문제는 화재 시 진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초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큰 인명피해를 초래할 위험도 숨겨져 있다. 2010년 10월 부산의 해운대 마린시티 화재 때도 4층에서 발화한 불이 마감재를 타고 순식간에 38층 옥상까지 번졌다.
화재 진화에 흔히 쓰이는 고가사다리는 초고층건물의 상층부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경기도 내 소방서에 배치된 진화용 고가사다리는 최고 17층까지만 작업할 수 있다. 국내에서 접근 고도가 가장 높은 진화용 고가사다리는 25층(68m)까지 작업할 수 있는데 부산시에 단 1대 있다. 이번에 불이 난 통탄 메타폴리스 주거동은 최고 66층이다. 만일 불이 옮겨붙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아찔하다. 게다가 초고층건물 주변에는 난기류가 많아 중대형이 아니면 소방헬기 투입도 여의치 않다. 소방대원들이 건물 내부를 통해 초고층까지 올라가는 것도 극히 어렵다. 소방관이 20kg짜리 산소통을 메고 계단을 통해 67층에 도착하는 데는 대략 22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가면 평소 50분 쓰는 산소통이 10여 분 만에 바닥난다는 것이다.
다른 화재도 마찬가지겠지만 초고층건물 화재는 철저한 안전관리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발화를 감지해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건물 내부의 진화 및 확산차단 시스템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2012년 3월 발효된 개정 건축법 시행령은 초고층건물에 30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하고, 방독면·의약품·조명등 등을 비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완공된 건물 상당수는 이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한다. 관련 법규에 어긋하지 않는다고 화마까지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행태는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의 단면일 뿐이다. 당국의 현장 점검이 더 촘촘해져야 한다. 서울시 소방안전본부는 작년 3~6월 관내 30층 이상 397개 동의 화재예방시스템을 모두 점검했다고 한다. 이런 점검이 혹시라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아울러 점검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이 완벽히 보완됐는지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큰 사고마다 따라붙는 '인재'라는 꼬리표를 이젠 우리도 떼어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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