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치 후보 엄마, 환경보호청장 시절 의회와 심한 대립 속에 물러나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닐 고서치(49) 콜로라도 주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의회의 인준을 통과할지가 초미의 관심으로 등장한 가운데 그의 엄마는 30여년 전 의회와의 갈등 때문에 환경보호청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첫 여성 환경보호청(EPA) 수장이었던 앤 고서치 버포드가 1980년대 초반 EPA의 조직 축소와 환경 규제 축소를 추진하다가 의회에 고발당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으며 결국 의회의 압박을 이유로 물러났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작은 정부' 기조에 맞춰 그녀는 EPA의 인원과 예산을 줄였으며, 환경 규제를 정부가 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지에 따라 규제를 줄이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환경의 적"이라며 그녀를 매도하기도 했다.
의회와의 갈등은 '유독쓰레기 프로그램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의회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극에 이르렀다.
당시 의회는 관련 프로그램의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를 검토하려고 자료를 요청했으나 그녀는 백악관의 방침에 따라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결국 의회는 그녀를 '의회모독죄'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몇개월 뒤 백악관이 자료제출 거부를 위해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하면서 EPA는 관련 자료를 제출했고, 그녀는 언론 및 의회의 압박을 이유로 청장에서 사임했다.
그녀가 EPA 재임시절 유지했던 기조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환경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고 하는 움직임과 오버랩되고 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석탄채굴을 마친 업체에 수질을 개선하도록 하고 물줄기의 흐름을 더 철저하게 복원하도록 한 규정을 없애기로 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 환경 규제를 완화해 가고 있다.
엄마가 EPA 청장에서 사임할 당시 열 다섯 살이었던 고서치 후보자는 엄마의 사임에 분노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엄마에게 "사임하지 말았어야 한다. 엄마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 대통령이 명령한 것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엄마와 마찬가지로 보수주의 성향인 고서치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되기 위해서는 의회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그가 인준되면 대법관의 구성이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의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특히 이슬람권 일부 국가 출신 국민의 비자발급을 한시 중단한 '반 이민 행정명령'이 연방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있어 그의 인준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됐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고서치 후보가 직면한 정치문화는 그의 엄마의 경력을 망가뜨렸던 문화보다 훨씬 신랄할 것"이라며 인준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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