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 폭주 막아세운 워싱턴州…"법 아래 대통령"

입력 2017-02-06 09:48  

트럼프 反이민 폭주 막아세운 워싱턴州…"법 아래 대통령"

진보적 주민과 주 법무장관·지사 '협업'으로 행정명령 급제동 판결 끌어내

1940년대 이민자 박해 심했던 곳…백악관서 가장 먼 워싱턴서 '저항의 횃불'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어느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순 없다. 설사 대통령일지라도…"

미국 워싱턴주(州) 제이 인슬리 지사의 발언은 단호했다.

제임스 로바트 워싱턴주 연방 지방법원 판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급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리면서, 워싱턴주가 일약 '반(反) 트럼프 저항의 진원지'가 됐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5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워싱턴DC에서 업무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첫 2주간을 보내는 동안 생각지도 못한 암초가 무려 2천500마일(4천23㎞)이나 떨어진 또 다른 워싱턴에서 나타난 것이다.

'에버그린 스테이트'로 불리는 워싱턴주는 미국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위치해 있다. 동부 워싱턴DC와는 가장 먼 쪽이다.

워싱턴주는 좌파 성향의 주민, 거침없는 민주당 의원들, 선봉에 선 주 법무장관과 법률가들, 시애틀 주변의 IT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업'을 한 결과 트럼프 반(反) 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잠정 중단하는 판결을 끌어낼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하는 내용 등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최초의 저항도 워싱턴주에서 시작됐다.


인슬리 지사는 행정명령이 발효되자마자 워싱턴주 최대 도시인 시애틀의 타코마 국제공항으로 달려가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행정명령의 위헌성을 성토했다.

그는 "트럼프가 자행한 명백하고 잔인한,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혼돈이 바로 이곳에서 종교적 차별의 가장 노골적인 형태로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고 열을 올렸다.

인슬리 주지사의 개인적 경험도 그를 반 트럼프 대열에 앞장서게 한 하나의 이유였다.

인슬리는 시애틀 연안 베인브리지 섬 주민 출신이다. 베인브리지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이민자 박해를 상징하는 곳이다. 1942년 미국 정부가 일본계 이민을 추방하고 강제수용소에 억류했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이 바로 베인브리지 섬이었다.

그는 "베인브리지로부터 두려움이 어떤 결과를 낳고, 미국민들이 지금 어떻게 떨쳐 일어서야 하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인슬리의 이같은 태도는 미 전역에서 민주당 지도자들의 반향을 끌어냈다.

패티 머리 상원의원은 "워싱턴주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워싱터주가 주도한 소송에 앞장 선 이는 밥 퍼거슨 주 법무장관이다.

퍼거슨은 지난달 30일 미국의 연방 주 가운데 처음으로 트럼프 행정명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퍼거슨은 행정명령의 집행금지를 요구하면서 트럼프 정책이 적법한 절차를 어겼음은 물론 헌법상 평등한 보호, 종교차별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명령은 불법이다. 워싱턴주에 엄청난 해악을 몰고왔고 대중의 이해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주는 민주당이 주지사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6개 주에 속하지는 않지만,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지지율이 54.3%에 달했고, 트럼프 지지율은 38.1%에 그쳤다.

시애틀은 불법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 중 하나다. 에드 머리 시장은 "시애틀은 행정부의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시애틀 주변 기업들도 약속이나 한 듯 반 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하고 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CEO는 75개국으로부터 5년간 1만 여 명의 난민을 받아들여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멕시코에는 장벽이 아니라 다리를 놓고, 스타벅스 근로자들을 위한 건강보험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슐츠는 "새 행정부의 행동을 좌시하지도, 침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반 트럼프 소송에 힘을 보탰다.

이 회사 대변인은 "소송을 위해 어떤 정보도 제공하고, 어떤 증언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익스페디아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은 자사 근로자 중 49명이 트럼프 행정명령에 의해 입국 금지된 7개국 출신이며 그 중 한 명은 리비아 태생의 선임 변호사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워싱턴주가 반 트럼프 전선에서 승리의 메신저가 된 것은 주지사와 주 법무장관 등의 헌신 덕분이었다고 WP는 평가했다.

퍼거슨 주 법무장관은 불철주야로 일하며 소송 자료와 증거를 수집했다. 미네소타주와도 협력해 추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마침내 보상을 받았다.

로바트 판사가 트럼프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 전역에서 잠정 중지시키는 판결을 내렸고, 제9 연방항소법원은 법무부의 행정명령 효력재개 긴급요청을 기각했다.

트럼프 측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로바트 판사는 연방법원이 본연의 감시업무를 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임명된 로바트 판사는 "삼권분립 체제에서 헌법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개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슬리 지사는 "워싱턴주를 위한 대단한 승리"라면서 "역사의 올바른 진영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퍼거슨 주 법무장관은 "법률가로서 이제 왜 로스쿨에 가는지 알 것 같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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