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젖소 우유, 유통됐을 가능성…정부 "위험성은 없어"
(세종=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충북 보은의 젖소 사육농장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농장에서 생산된 우유가 신고 이전에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구제역이 사람에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은 아닌데다 살균처리 되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당국은 이 농가를 비롯해 일부 농가에서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보은 지역을 중심으로 긴급 백신 접종에 돌입한다.
그러나 당장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려면 최소 1주일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경우 공기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추가 발생 가능성도 있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최초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충북 보은의 195마리 규모 젖소사육 농장은 '혈청형 0형' 타입의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0형 타입은 7가지 구제역 바이러스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유형이다.
그러나 해당 농장의 백신 항체 형성률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돼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 농가의 경우 지난해 10월 15일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을 했다는 기록은 있는데, 항체 형성률이 20%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낮은 수치"라며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냉장보관이 이뤄지지 않은 등의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농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보은 지역부터 긴급 백신 접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는 1주일 정도 걸린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구제역으로 348만 마리가 살처분·매몰되는 사상 최악의 피해가 난 이후부터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다.
축종별로 다르지만 소의 경우 생후 2개월에 한 번 접종한 뒤 그 후로부터 한 차례 더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 이후 6~7개월 주기로 반복해 접종하게 돼 있다.
주기를 맞춰 접종하지 않으면 항체 유지가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크다.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되면 살처분 보상금 삭감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농가의 백신 항체 형성률은 소 97.5%, 돼지 75.7%로 매우 높은 편이다. 소의 경우 이 평균치 대로라면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젖소농장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방역 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백신 접종을 하고 있으므로 확산 우려가 AI만큼 크진 않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백신 항체 형성률이 현저히 낮은 농가를 중심으로 구제역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였던 만큼 이번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부 젖소 농장들은 백신을 자주 접종하면 젖소의 착유량이 줄어든다는 점을 들어 백신 접종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체 형성률 평균치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 조사 수치라는 점에서 믿을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백신 효용과 관련해서는 "현재 국내에서는 영국 메리알사의 '01 마니사', 'O 3039' 등을 백신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백신의 항체 형성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므로 효능 부분은 큰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구제역 발생 원인 및 유입 경로에 대해서는 과거 인근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잔존해 있던 것인지, 외부에서 새로 유입된 것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농장에는 외국인 근로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원유를 실어나르는 집유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젖소농장이라는 점에서 외부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보은 젖소농장에서 키우던 젖소 195마리를 전부 살처분했으며, 소나 돼지의 경우 매몰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산소와 미생물을 주입해 자연 분해되도록 하는 친환경 방식으로 매몰할 방침이다.
5일 신고가 접수된 직후 이 농가에서 생산된 우유는 전량 폐기 조처된다.
신고 이전의 우유는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고 시중에 유통될 때는 살균처리가 된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한편,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주요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한 구제역은 국내에서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8차례 발생했다. AI와 동시에 발생한 건 2010~2011년, 2014~2015년 이후 세 번 째다.
당국은 전날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직후 현장 상황 파악 후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전화로 상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보고를 받은 황 권한대행은 구제역 확산 차단을 위해 초동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발생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초기 늑장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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