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브루셀라·구제역 이례적 동시다발…터졌다 하면 '재앙'

입력 2017-02-07 06:17   수정 2017-02-07 09:05

AI·브루셀라·구제역 이례적 동시다발…터졌다 하면 '재앙'

밀집 사육, 농가 도덕적 해이·안일한 방역이 화 키워

가축 전염병 살처분하고 보상하는 방식 개선 목소리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가축 전염병에 따른 피해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이동 통제초소 운영, 축사 주변 소독 등 방역이 대대적으로 이뤄지지만, 전염병이 일단 발병했다 하면 그 피해는 '재앙' 수준으로 커진다.

대표적인 게 작년 11월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다.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AI가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그 피해가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4년 1∼7월(1천396만1천 마리) 수준을 뛰어넘었고, 지금은 살처분 마릿수가 무려 3천281만 마리에 달한다.

브루셀라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10일 충북 옥천에서 출하를 앞둔 한우 73마리가 의심 증상을 보이면서 265마리가 한꺼번에 살처분되는 등 터졌다 하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충북 보은군 마로면의 젖소 농장에서 구제역이 터졌다. 입술과 발굽 등에 물집이 생긴 것은 5마리뿐이지만 긴급 방제 차원에서 이 농장에서 사육되던 195마리가 모두 살처분됐다.

전북 정읍 산내면의 한우 농가에서도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오는 등 구제역 확산 기미까지 엿보이고 있다.

구제역 백신 접종은 2010년 12월 시작됐다.

그해 11월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 곳곳을 강타하는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비상조치가 취해진 것인데 이때부터 이듬해 4월까지 348만 마리의 소·돼지가 살처분돼 그 피해가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고 해서 구제역이 잦아든 것은 아니다.

2014년 12월 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이듬해 2월 28일까지 무려 147일간 전국 곳곳을 휩쓸면서 196개 농가의 소·돼지 17만3천마리가 살처분됐다. 2000년 3월 국내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2014년에 이어 2번째로 큰 피해였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발생이 좀 뜸해졌을 뿐 터졌다 하면 그 피해는 오히려 더 커진 셈이다.

구제역이 터지면 축산농가는 '재앙' 수준의 피해를 피할 수 없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AI와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살처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애써 키운 소중한 소와 돼지를 한순간이 날리는 것인데,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이다.

지자체들은 작년 10월께부터 오는 5월까지를 특별 방역 기간으로 정해 구제역 차단 방역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항체 형성률은 전국적으로 모두 높게 유지되고 있다. 작년 12월 기준 전국 평균 항체 형성률은 소 95.6%, 돼지 69.7%이다.

사육 마릿수가 많은 9개 시·도의 소·돼지 평균 항체 형성률을 보면 충남 79.6%, 강원 77.5%, 충북 75.8%, 경북 72.2%, 전남 69.7%, 경기 68.3%, 전북 67.4%, 제주 65.9%, 경남 64.5%이다.

평균 항체 형성률이 60%를 웃돈다는 점에서 구제역 차단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 같지만 문제는 30%를 밑도는 농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8∼10월 항체 형성률이 30%를 밑도는 농가는 전국적으로 574곳에 달했다. 이들 농가가 백신을 제대로 놓지 않았다면 구제역에 걸릴 수 있는 우려는 여전히 큰 셈이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 젖소 사육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19%에 불과하다. 백신을 제대로 놓지 않았거나 접종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방역 당국은 이 농장이 백신을 냉장 보관하지 않고 상온에 뒀다가 접종했거나 주사를 제대로 놓지 못해 약효가 떨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을 원치 않는 농가도 있다. 백신을 제대로 놓지 못하면 접종 부위에 종양이 생겨 고깃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칫 새끼를 유산할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백신을 접종하면 스트레스 탓에 살이 덜 찌고 우유도 적게 나온다"며 "이런 이유로 접종을 기피하는 농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제역이 발생해도 살처분 후 시세의 80%가량 보상하는 현 제도가 축산업자의 차단 방역 소홀을 초래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백신 접종을 게을리하더라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으면 접종 때보다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할 수 있고, 구제역이 발생해도 시세의 80%가량 되는 보상금과 생활안정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에서 살처분 후 보상금 지급이라는 현 시스템보다는 차단 방역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축사가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것도 피해를 키우는 이유로 꼽힌다.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반경 500m 안쪽에 젖소와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가 11곳 더 있고, 3㎞ 안에서 사육되는 소와 돼지는 9천800여 마리에 달한다.

축산업이 전업농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사육 규모가 점점 커지고 한 지역에 몰려 있다 보니 전염병이 터지기라도 하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이번 겨울에는 AI에 브루셀라, 구제역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축 피해가 크고, 소규모 농가보다 전업농에서 발병이 집중되다 보니 피해 규모도 크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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