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이후 AI 없어…이달 중 '입식시험'으로 재개장 타진할 듯
AI 폐사체 나온 한강 성동지대 통행 재개…당국, 이달 하순 철새 북상에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AI)로 황새와 노랑부리저어새 등 3마리가 폐사하면서 서울대공원이 작년 12월17일 문을 닫은 이래 72일이 됐다.
휴장 후 매일 이뤄지는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계속되고, 이달 하순 철새가 북쪽으로 떠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서울대공원이 '꽃피는 봄'에는 다시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공원에서는 지난해 12월 황새마을에 살던 황새 2마리와 노랑부리저어새 1마리가 폐사한 뒤 고병원성 AI가 추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고병원성 AI가 일어난 황새마을은 물론, 다른 조류사를 대상으로 하루 3∼4차례씩 총 수백 건의 검사를 하고 있다"며 "새들이 떠먹은 물, 분변, 흙과 인후두 검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계속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은 감염 조류와 접촉한 사육사와 수의사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타미플루를 복용시켰고, 감염 조류사 출입 시에는 레벨 D 방호복을 입혔다.
또 황새마을에 2중 차단막과 출입자 전용 소독기를 설치하고, 매일 3회 소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추가 AI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서 서울대공원 재개장에 대한 기대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하지만 최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고병원성 AI 폐사체가 나온 데다가, 전국적으로 AI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어 정확한 재개장 일정은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 해도 2월 중·하순부터 철새들이 본격적으로 북쪽으로 떠날 것으로 보여 성수기인 봄철 이전에는 재개장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리라는 시각이 많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정확한 시점은 현재 알 수 없다"며 "우리만 안전하다고 (재개장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철새 이동철과 전국적인 AI 하향세가 맞물려져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공원은 이달 중으로 조류사에 닭 등을 시험 삼아 넣어 보고, 이상이 없는지 따져보는 '입식시험'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통상 3주 정도 진행되는 이 시험은 관람객을 다시 맞기 전 조류사가 더는 AI 위험이 없는지 검증하는 필수적인 절차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AI 검사가 계속 음성이 이어지기 때문에 입식시험을 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에는 천연기념물 15종 195마리와 멸종위기종 48종 418마리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동물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이다.
서울대공원은 AI 발병 이후 황새마을 내에 살던 천연기념물 원앙을 예방 차원에서 모두 안락사시킨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대공원을 비공개로 직접 찾아 방역 현장을 점검하고,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관리 실태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서울대공원과 함께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도 작년 12월 중순부터 휴장 중이다. 어린이대공원은 조류 186마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이곳은 고병원성 AI 야생조류 폐사체가 발견된 한강 성동지대 앞 도선장 반경 10㎞ 내에 있어 방역 당국이 관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대공원은 수시로 사육 조류를 예찰하는 등 세심하게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며 "아직 AI 양성 반응이 나타나는 등 특별한 징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고병원성 AI로 확진된 뿔논병아리 폐사체가 나와 통제됐던 성동구 한강 성동지대 앞 도선장 인근은 이날 0시부로 출입이 재개됐다. 이 일대는 철새가 서식하거나 먹이를 찾는 휴식지가 아닌 콘크리트 도선장이어서 감염 우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여전히 살수차를 동원해 소독은 계속하고 있다"며 "폐사체가 발견됐을 뿐, 그 주변에서 철새가 먹이를 찾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부터 방문객을 막은 강서·난지·암사·고덕 등 생태공원 4곳은 당분간 폐쇄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는 이들 생태공원에서 매일 소독과 예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AI가 '심각' 단계가 유지되고 있는데, 재개장을 위해서는 위기 경보가 하향돼야 한다"며 "철새가 우리나라를 떠나는 2월 중·하순 이후나 돼야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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