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축산농가에 이동중지명령 발동…정부 구제역 관리에 허점
구제역 농장 항체형성률 고작 19%…전문가 "접종 제대로 안됐을 가능성"
(서울·청주=연합뉴스) 정열 전창해 기자 = 충북 보은 젖소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만 하루도 안 돼 전북 정읍 한우농가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정읍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직후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전국 모든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소, 돼지 등 우제류의 이동을 전면 금지하는 일시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을 내렸다.
이는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 젖소농장의 항체형성률이 고작 1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고질적인 농가 백신 접종 소홀이나 관리 소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된 데 이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구제역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나온 긴급 조치다.
특히 의무화된 백신 접종을 근거로 구제역 예방을 자신해왔던 정부의 입장과 달리 일선 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소홀히하고 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2010~2011년 발생해 큰 피해를 입혔던 '구제역 파동'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백신 접종을 소홀히 했거나 방법에 허점이 있었을 경우 그동안 의무화된 백신 접종을 근거로 구제역 예방을 자신해왔던 정부로서는 방역 관리에 구멍이 뚫린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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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북도에 따르면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의심 증상을 보인 젖소 5마리를 포함, 총 21마리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항체 형성률이 19%에 불과했다.
충북 도내 우제류의 평균 항체 형성률은 75.7%다. 특히 돼지는 74.4% 정도인 반면 소는 97.8%에 달한다.
충북도는 일단 평균치보다는 한참 낮지만 항체 형성률을 보이는 만큼 이 농장에서 백신 접종은 이뤄졌던 것으로 보고, 백신 관리 또는 접종방법에 문제가 없었는지 역학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냉장 보관해야 하는 구제역 백신을 상온에 뒀다거나, 접종 부위를 잘못해 주사를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살처분 과정에서 수집된 정상 소의 혈액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를 벌여 문제점을 진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북대 수의대 조호성 교수는 "소의 경우 돼지와 달리 백신접종을 할 경우 항체 형성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며 "19%밖에 안 됐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젖소 농가가 우유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구제역 백신 접종을 기피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백신 접종 기피현상은 젖소 농가들에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전수조사는 어려워 표본 조사를 하되 농장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각 지자체가 주기적으로 점검한다"며 "다만 농장주가 기록한 접종 기록을 토대로 점검을 하는 것이어서 농장주가 꼼꼼히 안 했을 경우 사실상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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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와 충북도를 비롯한 방역 당국은 이 농장을 비롯해 일부 농가에서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충북 보은 지역을 중심으로 긴급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우선 보은의 우제류(소·돼지 등) 사육 농가 1천37곳(5만7천마리)에 대해 백신 추가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충북 지역 324개(2만마리) 젖소 사육농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에도 들어갔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문제가 된 농가는 지난해 10월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을 했다는 기록은 있는데, 항체 형성률이 매우 낮은 수치"라며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농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보은 지역부터 긴급 백신 접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려면 최소 1주일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경우 공기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추가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공수의사 등을 동원해 도내 젖소농장에 대한 임상관찰을 강화하는 한편 오는 10일까지 예방접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구제역 확정 판정을 받은 보은 젖소농장의 반경 500m내에 있는 11개 농장(460마리)에 대해선 백신 추가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아울러 방역 당국은 충북에 설치된 기존 조류 인플루엔자(AI) 거점 소독소 28곳을 구제역 겸용 소독소로 전환하고, 소독소 3곳을 추가 설치했다.
공동방제단을 동원해 축산 관련 시설에 대한 일제 소독에도 착수했다.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은 전날인 지난 5일 젖소 5마리의 유두에서 수포가 발생했다며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정밀 검사 결과 이 농장은 '혈청형 O형' 타입의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에서는 2015년 3월 이후 첫 구제역 발생이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3월 29일 충남 홍성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방역 당국은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젖소 195마리를 모두 살처분하는 한편 반경 3㎞ 지역에는 이동제한 조처를 내렸다.
현재 방역 당국은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6일 전북 정읍시 산내면의 한우농가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당국의 확산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우 48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이 한우농가에서는 6마리의 소들이 침을 흘리는 증상을 보여 농장주가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전북도는 초동방역과 함께 정밀 검사를 벌이고 있으며, 검사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전망이다.
이날 오전 중앙가축방역심의회를 연 방역 당국은 이틀 연속 다른 지역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확산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이날 오후 6시부터 30시간 동안 전국 축산농가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일시이동중지는 가축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우제류 축산농장 및 관련 작업장 등에 출입을 일시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동중지 명령이 발동되면 소, 돼지 등 우제류의 이동이 전면 금지된다. 사료차량, 집유 차량 등 축산 관련 차량의 이동도 전면 금지된다.
조호성 교수는 "일단 2010~11년과는 달리 지금은 구제역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6년 전과 같이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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