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정지역에 웬 날벼락"…대규모 구제역 살처분 망연자실

입력 2017-02-06 12:03   수정 2017-02-06 14:01

[르포] "청정지역에 웬 날벼락"…대규모 구제역 살처분 망연자실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지난 5일 젖소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는 사람의 그림자도 얼씬거리지 않을 만큼 적막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색 방역복을 뒤집어쓴 통제원들이 '긴급방역'이라고 쓰여진 입간판으로 마을 진입로를 차단한 뒤 통행차량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따금 마을로 들어가는 차량은 우윳빛깔 소독약품을 흠뻑 맞고 나서야 통행이 가능했다. 그나마 구제역 발생농장으로 향하는 좁은 농로는 완전히 폐쇄돼 방역관계자가 아니면 개미 새끼조차 드나들 수 없었다.

통제소를 운영하는 보은군 공무원은 "구제역에 걸린 젖소 매몰작업이 아직 이뤄지고 있어 일반인 출입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구병산 기슭에 자리잡은 이 마을은 축사가 밀집된 곳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에 12농가가 655마리의 소를 사육한다.

축산 밀집지역이다 보니 구제역이 주변 농가로 번질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방역당국이 바싹 긴장하는 이유다.

구제역이 발생한 곳은 195마리의 젖소를 사육하는 대규모 농장이다. 10여마리의 소가 침을 흘리고, 일부는 젖꼭지에 수포까지 생겼다는 농장주 신고를 받은 방역당국은 곧바로 간이 키드검사에 나서 구제역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곧이어 정밀조사에 나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혈청형 O형' 타입의 구제역으로 최종 확인하면서 이 농장은 올해 전국 첫 발생농장이 됐다.






현재 농장에서는 살처분한 젖소의 매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중수 보은군청 축산계장은 "밤새 살처분을 마쳤고, 오후 2∼3시까지 매몰작업도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렵사리 통화한 농장주 A씨는 "자식같은 소들을 땅에 묻는 마음이 죽고 싶을 지경"이라고 착잡한 마음을 표현했다.

보은군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반경 3㎞ 안의 모든 우제류 농장을 이동제한하고, 500m 안에서 사육되는 소 460마리에 대해서는 긴급 백신접종도 다시 했다.

또 가축시장을 폐쇄하고, 축산농민들에게 외부 출입을 자제하도록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보은은 그동안 가축 전염병 청정지역으로 분류되던 곳이다.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됐던 2015년 1월 보은읍 지산리의 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터졌지만, 단발성으로 끝났다. 지난 11월부터 전국에 확산된 조류 인플루엔자(AI)도 잘 비켜나고 있다.

이 때문에 축산농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크다.







송석부 보은군축산단체연합회장은 "관내에서 소 구제역이 발생한 것도 처음이지만, 젖소 195마리가 한꺼번에 살처분된 충격적인 상황도 초유의 일"이라며 "축산농가마다 혹시 모를 전염원을 차단하기 위해 외부인 출입을 막는 등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은군은 확산을 막기 위해 가축시장을 폐쇄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모든 행사나 교육도 전면 중단했다.

구영수 보은군 농축산과장은 "앞으로 1주일 정도가 구제역 확산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이 기간 거점소독소를 확대운영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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