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팔아 오류 확인한 '우도사랑 탐험대' 학생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유명 관광지인 제주도 '섬 속의 섬' 우도의 표지석이나 안내판 태반은 오류가 있거나 훼손돼 정비가 필요합니다. 이게 다 학생들이 발품을 팔아 파악한 내용이지요."
우도초·중학교는 학교 동아리인 우도사랑 탐험대의 지난 1년간의 활동상을 담은 '우도익힘책-우도탐험대가 들려주는 우도이야기'를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책은 지난해 우도사랑 탐험대 학생 16명(초 10·중 6)이 직접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우도 곳곳의 표지석이나 안내판을 확인, 오류가 있거나 훼손된 부분을 파악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학생들은 각자 맡은 표지석과 안내판 현장을 찾아가 사진을 촬영하고 내용을 컴퓨터로 타이핑해 정리한 뒤 교사들과 함께 맞춤법부터 역사적 사실이 맞게 기록됐는지, 명칭이 적절히 쓰였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
확인 결과 60여개의 표지석·안내판 가운데 태반은 오류가 있어서 수정이 필요했고, 아예 안내문이 유실되거나 없는 곳도 있었다.
천진리 동천진동의 어룡굴 안내문에는 이형상의 '남환박물'이 '남한박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이 '신중동여지승람'으로 잘못 적혀있었다.
우도를 직접 방문한 감회를 글로 남긴 조선시대 시인 백호 임제에 대한 안내문에는 '남명소승'이 '남영소승'으로 잘못 표기됐다.
조일리 영일동의 '김석린 진사 생가'에 대해서는 "이곳은 김석린 진사가 태어난 곳이 아니므로 생가라는 표현보다는 '훈학터' 또는 '집터'로 정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관광객 등에게 우도를 더욱 잘 알리는 데 필요한 제안도 여럿 나왔다.
천진리 동천진동의 '해녀의 노래' 표지석에 대해서는 "비장감이 서려 있는 해녀의 노래를 들려주는 기반시설을 조성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조일리 영일동 방사탑 등대에 대해서는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식 명칭인 등대보다는 '도대불'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각각 제시됐다.
서광리 하우목동의 '웃우뭇개의 슬픈 이야기' 안내문에 '며칠'이 '몇 칠'로 잘못 적혀있는 부분을 비롯해 맞춤법이 틀리거나 문맥이 부자연스러운 부분들도 지적됐다.
탐험대는 또한 우도가 유명 관광지로 부상하는데 큰 역할을 한 '우도8경'에 2경을 추가로 선정해 '우도10경'을 만들었다.
우도8경은 과거 우도중 교장이던 향토사학자 김찬흡 선생이 우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선정한 것으로, '밤과 낮으로 보아도, 하늘과 땅에서 둘러봐도, 앞과 뒤에서 찾아봐도, 동과 서에서 살펴봐도 우도는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섬'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탐험대는 여기에 '남과 북에서 봐도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담아 '남도비양'(우도 비양도의 풍광)과 '북해석문'(우도 최북단 바닷가에 산재한 돌로 된 문화유적지의 별칭) 등 2경을 추가했다.
우도사랑 탐험대는 이렇게 조사한 내용과 우도의 역사문화유적, 영주10경과 우도10경, 고문헌 속 우도 등의 내용을 담아 한 권의 책으로 발간했다.
탐험대는 발간사를 통해 "우도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우도 관광이 멈춰버린다면 정작 우도의 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된다. 우도에는 눈으로 보는 것도 많지만 마음과 머리를 동원해서 봐야 할 숨겨진 역사와 문화가 많다는 것을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야 할 때"라고 밝혔다.
탐험대는 책을 통해 아름다운 우도의 겉과 속 모습을 보고 알 기회를 나눠 가질 수 있길 바랐다.
이 책은 도내 초·중·고등학교에 배부해 향토교육에 활용하도록 하는 한편 도청·시청·관광단체 등에도 보내 안내문·표지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알릴 예정이다.
문영택 우도초·중 교장은 "섬 지역이다 보니 체험활동 할 기회가 적은데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내 고장에 대해 잘 알게 된 것은 물론 우도를 바로 알리는 기회가 됐다"며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을 발견한 부종휴와 꼬마탐험대처럼 우도사랑 탐험대의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ato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