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한국식 PC방 문화를 통해 인도에도 게임 붐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한국식 PC방 문화'를 들고 인도 게임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 스타트업 '퍼니즌'의 이주민(46) 대표는 5일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 게이밍 쇼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2004년 인도 정보기술(IT) 종합기업 시피(Sify)에 스카우트돼 인도 시장에 처음 발 디딘 이후 올해로 14년째 인도에서 활동하는 이 대표는 왜 인도 게임시장을 활동 무대로 삼았느냐는 물음에 "아직 형성 중인 시장이라 내가 하는 것이 교과서가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인도경제인연합회(CII)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3억 명의 인도는 지난해 게임시장 규모가 5억4천300만 달러(6천173억원)로 세계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5%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 가운데 절반은 모바일 게임이, 35%는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콘솔 게임이 차지하고 PC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인도 게임시장은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소외돼 왔다고 볼 수 있다"면서 PC방을 통해 게임 문화를 전파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게임시장 확대에 급선무라고 보고 이에 공을 들여왔다.
그가 2008년 시피를 나와 설립한 퍼니즌은 웹서핑 위주였던 인도 인터넷 카페에 롤, 도타2 등 게임과 PC방 이용자 관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설치해주는 대신 게임 아이템 구매에 쓸 수 있는 카드를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현재 인도 전역에 게임을 할 수 있는 PC방은 2만∼2만5천개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3천500개가 퍼니즌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애초 2명으로 시작한 퍼니즌은 현재 직원 70명 규모로 성장했다. 또 지금까지 상당 기간 한국과 미국의 벤처 캐피털 투자금으로 운영됐지만, 가맹 PC방이 어느 정도 규모에 오른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매출도 월 8천만 원 수준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인들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할 만한 환경과 기반이 조성되지 않아 못한 것일 뿐"이라며 "다른 즐길 거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PC방에서 원활하게 작동되는 게임을 하는 것은 충분히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퍼니즌은 지난해 한국 게임개발사 GPM의 좀비 슈팅게임 지블리츠를 인도 환경에 맞게 바꿔 내놓고 한국 모바일 게임을 PC용으로 변환해 PC방에서 서비스하는 등 한국 게임개발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인도에서는 영어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을 그대로 서비스할 수 있고 저사양 컴퓨터에서 작동될 수 있는 과거 히트작도 흥행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어 한국 개발사들에 새로운 성장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만 10여년 전 온라인롤플레잉 게임이 한국, 중국 등에서 크게 흥행할 때 한국 롤플레잉 게임을 인도에서 바로 서비스했다가 부족한 인프라와 사용자의 낮은 게임 이해도 때문에 실패한 사례를 언급하며 현지 환경과 문화에 맞춰 게임을 변형하는 작업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