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수집 위해 필요한 인적자원 고갈시킬 우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이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활동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상 고급 정보란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 구축된 인적 네트워크(휴민트)를 통해 나오기 마련인데,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이런 인적 자원마저 고갈시킬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2006∼2009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1999∼2005년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72) 처토프 그룹 회장 겸 조지 메이슨대 공공정책대학원 객원교수는 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트럼프 이민 정책의 위험성을 이같이 경고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명령은 애초 잘못 입안되고 엉성하게 집행된 데다 설명조차 부실하다고 헤이든 전 국장은 지적했다.
헤이든은 "공정하게 말하더라도 트럼프의 이번 정책은 정보 전문가들의 작품이라기보다는 과장된 대선공약을 이행하려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명령에 의해 입국 금지된 7개국 중 이란을 뺀 6개국은 분열된 국가인데, 이들 국가로부터 정보 수집을 하려면 무엇보다 인적 자원이 절실하다는 게 헤이든의 주장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주요 정보원의 입국까지 막아버림으로써 트럼프의 정책이 진정 미국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정보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마저 훼손해버렸다고 헤이든은 지적했다.
CIA 국장으로서 정보담당 요원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충도 소개했다. 정보를 캐내려면 미국이 무언가 해줄 수 있을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약속이 깨져버려면 신뢰도 덩달아 사라진다는 것이다.
정보 업무의 특성은 정보원에게 "우리가 널 존중한다. 넌 가치가 있다. 우리가 널 보호해주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한다는 논리다.
헤이든은 이라크 출신의 모하메드 샤와니를 예로 들었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이라크 선수단 기수로 참여한 샤와니는 이후 전쟁 영웅이 됐다가 미국 버지니아주에 정착했는데, 훗날 이라크 후세인 정권 하에서 미국의 정보전에 큰 도움을 줬다.
샤와니는 미국이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다고 믿었기에 행동했지만, 만일 지금처럼 그가 입국조차 금지당했다면 과연 미국을 위해 중요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 헤이든의 지적이다.
헤이든은 "이런 식으로 정보원을 대한다면 나중에는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 정보를 제공하는, 매우 열악한 수준의 정보원밖에 보유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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