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와해 위기에 몰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일 주요 회원사인 삼성전자[005930]의 공식 탈퇴원 제출로 사실상 붕괴 수순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정식으로 탈퇴원을 냄에 따라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는 물론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회원 대기업도 전경련 탈퇴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4대 그룹 가운데 LG는 이미 지난해 12월 전경련에 탈퇴하겠다고 공식 통보한 바 있다.
SK도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탈퇴 의사를 밝힌 이후 회비 납부를 하지 않는 등 사실상 전경련 활동을 접었다. 현대차그룹도 공식적으로 탈퇴 의사를 밝히지는 않지만 이전 같은 활동은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전경련의 기존 활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만큼 앞으로 현대차가 전경련에서 통상적인 활동을 계속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2015년 기준으로 전경련 연간회비 492억원 가운데 77%가량인 378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그룹이 탈퇴하고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전경련은 사실상 존속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주요 재벌그룹들이 수백억원을 후원하는 과정에서 모금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밝혀진 이후 거센 해체 여론에 직면했다.
이후 허창수 회장은 이달 정기총회 때 물러나겠다고 밝혔고, 현재 백방으로 뛰며 후임 회장을 물색하고 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회장단 회의가 열렸지만 주요 그룹 회장들이 대거 불참하는 등 쇄신 작업에도 동력이 생기지 않는 모습이다.
회원사들은 '정경 유착의 창구'로 지목된 전경련 회의 참석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에 어려움을 겪자 전경련은 지난달 한 회계법인에 쇄신안 외부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만약 전경련이 이달 23일로 예정된 정기총회까지 차기 회장을 영입하지 못하면 붕괴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은 1961년 고(故) 이병철 초대 회장 등 13명의 경제인이 설립한 '한국경제협의회'를 전신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경제 성장기에 재계의 입장을 대변했지만 일해재단 자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연루되면서 비판도 받아왔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12월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더는 전경련 지원금(회비)을 납부하지 않고 탈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두 달 만에 이 약속을 지켰지만 할아버지가 주도해서 만든 단체와의 인연을 손자 대에서 끊게 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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