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다수 정파인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이 근년 들어 처음으로 소수당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에 정당지지도를 추월당했다.
비록 실제 선거가 아닌 한 전문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이지만,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을 당의 새로운 얼굴로 내세운 사민당의 약진과 기민-기사당 연합의 정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기관 '인자'가 6일(현지시간) 공개한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도좌파 사민당은 31%를 얻어 30%에 그친 기민-기사당 연합에 역전했다.
사민당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집권기에 치른 2002년 총선 때 기민-기사당 연합에 승리한 이래 단 한 차례도 기민-기사당 연합을 앞선 적이 없다.
특히,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의 정당지지율은 메르켈 총리가 집권한 2005년 총선 때 35.2% 대 34.2%, 2009년 33.8% 대 23.0%, 2013년 41.5% 대 25.7%로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까지 보였다.
사민당은 그러나, 최근 들어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를 대신해 슐츠 전 의장이 오는 9월 총선의 총리후보로 결정되고, 이후 당수직까지 맡을 것이 예고된 데 맞물려 당 지지도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민당은 가브리엘 당수보다 전통 지지층의 동원력이 높고 메르켈 총리를 상대로 한 경쟁력도 크게 앞서는 슐츠 전 의장의 이른바 '슐츠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일련의 여론조사들에서 크게 선전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4일 나온 전문기관 '엠니트'의 여론조사에서도 사민당은 29% 지지율을 찍어 기민-기사당 연합의 33%에 4%포인트 차이로 근접했다.
또 '인프라테스트디맙'의 조사에서도 사민당은 28%의 지지를 얻어 34%를 기록한 기민-기사당 연합을 추격하고 나섰다.
사민당은 슐츠 전 의장이 총리후보로 결정되기 전에는 한때 20% 밑으로까지 지지율이 하락하는 쓴맛을 봤고, 대체로 최저 20%가량에서 최고 25% 내외의 박스권을 머물렀다.
하지만 독일 정치 전문가들과 주요 언론 매체들은 이날 메르켈 총리가 난민정책 충돌로 갈등을 겪어온 기사당 지도부의 승인아래 예의 기민-기사당 연합의 공동총리후보로 결정되는 등 전열을 정비하고 나선 데다, 메르켈 총리 자신이 가진 국정운영 경륜과 국제무대 리더십 및 안정감을 선호하는 여론이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에 사민당의 상승세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자제하는 태도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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