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임의제출' 마지노선은 실효성…"靑 주장하는 방식 임의제출 고려 안 해"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이보배 기자 = 이달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은 청와대가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압수수색 시도 때 경내 진입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임의제출한 문서도 실제 원본 내용이 아닌 요약본이 포함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청와대 압수수색 재시도 등을 놓고 검토 중인 특검팀은 경내 진입 여부 등과 관계없이 제출받는 자료의 '실효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특별수사본부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비롯한 핵심 인물들의 사무실 등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첫날인 10월 29일 진입 시도가 무산되면서 검찰은 다음 날 다시 청와대로 향했으나 결국 경내에 들어가지 못하고 청와대 측이 제출한 자료를 받아 왔다.
당시 검찰은 상자 7개 정도의 압수물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이 중엔 특정 서류의 원본이 아닌 요약본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 전체 내용을 그대로 주는 것이 아닌, '이 문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고 요약한 것을 제출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자료를 제출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는 수사 관점에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만약 수사해서 기소할 경우 혐의사실과 증거 인정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다툴 때 증거 원본의 진정 성립이나 동일성 여부 등이 문제 될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3일 특검팀의 압수수색 때도 청와대는 '경내 진입 불가' 방침을 고수했으며 서류도 자신들이 골라 제출하는 것을 받아가라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특검팀은 현장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선별적 압수수색' 절충안도 제시했으나 청와대 입장은 변함이 없었고, 결국 특검팀은 진입 시도 약 5시간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후속 방안을 고심 중인 특검팀은 검찰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임의제출을 받더라도 직접 원하는 자료를 제시해 실질적으로 내용 전체를 받는 '실효적 임의제출'을 마지노선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과 같은 방식이라면 차라리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기류가 내부에서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식에 얽매여 적당히 타협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인 자료 제출을 전제로 한 임의제출은 가능하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일지도 우리가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특검이 임의제출 방식을 수용하는 것처럼 일부 언론 보도가 나간 것으로 아는데, 청와대 측에서 주장하는 형태의 임의제출은 저희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특검보는 "정식으로 공문이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할 수 있는 후속 조치를 적절하게 취할 생각"이라면서 "이 상태로 종료해야 하는지, 다른 방안이 없는지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영장 기한인) 28일 이전에 어떤 방법으로든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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