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한독일대사 "나치학살 기억 살아있게 하는 게 우리 책임"

입력 2017-02-07 09:54   수정 2017-02-07 10:26

[단독]주한독일대사 "나치학살 기억 살아있게 하는 게 우리 책임"

홀로코스트 추모행사서 발언…日 아베담화와 정반대 인식

이스라엘 대사 "나치 재현 막으려는 독일 노력 인정"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 학살)는 독일인이 기획하고 조직하고 실행했다. 이 반(反) 인도적 범죄에 대해 도덕적 책임이 있으며, 역사 앞에 책임이 있다."

6일 밤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열린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일(1월 27일) 영화 상영회 개막식 행사.

'가해국' 독일의 슈테판 아우어 주한대사는 '피해국' 이스라엘의 라임 호셴 주한대사 바로 앞에서 이같이 인사말을 했다.

아우어 대사는 독일의 가해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고통스러웠고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과거에 눈 감으면 미래를 위한 기초를 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치 정권 시절 독일인에 의해, 독일의 이름으로 자행된 잔혹행위는 우리에게 영원히 남아 있다"며 "과거를 잊지 않을 것이며,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사는 또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극우 바람과 헤이트스피치(특정 민족·인종·국민에 대한 혐오 발언·시위 등)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갈수록 홀로코스트에 대해 증언해줄 사람들이 줄어드는 가운데, 그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살아 있게끔 하는 것, 특히 그것을 젊은 세대와 공유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들의 아이와 손자, 그 뒤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015년 전후(戰後) 70년 담화(일명 아베담화)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인식이었다.

아우어 대사의 목소리는 인사말을 하는 동안 2차례 정도 미세하게 떨렸고 객석은 숙연해졌다.

대사는 또 독일과 이스라엘 사이의 활발한 청년 교류 사례를 양국 화해의 '기적'이라며 소개했다. 또 양국 청년들의 우정은 정치 엘리트들의 프로젝트가 아니며 보통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독일에 또 한번의 기회를 준 유럽 다른 국가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호셴 이스라엘 대사는 "우리는 독일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나치의 범죄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세계에서 가장 문명화한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족의 경험을 포함해) 홀로코스트를 경험하지 않은 이스라엘 사람은 없다"며 "홀로코스트는 트라우마"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나치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독일 연방 정부의 정신을 인정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호셴 대사는 "이날 행사를 개최한 독일문화원에 감사한다"며 "내년에는 한국 정부도 우리의 파트너가 되어 함께 추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독일문화원에서는 나치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자국 정치인들에 맞서가며 나치 요인 아돌프 아이히만을 단죄한 독일 검사 프리츠 바우어를 조명한 영화 '검사장 파일'이 상영됐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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