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시집가서 연락 두절…50년만에 만난 구순 어머니

입력 2017-02-07 11:25  

쫓기듯 시집가서 연락 두절…50년만에 만난 구순 어머니

(구리=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50여 년 전 쫓기듯 시집간 후 어머니, 형제들과 연락이 끊겼던 70대 할머니가 구순의 어머니와 동생 등 가족과 상봉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독거노인 김모(70) 할머니.

7일 구리경찰서에 따르면 전남 영암 출신으로 5남매 중 장녀인 김씨는 17살이 되던 해 시집갔다. "가난한 살림에 입 하나 덜자"는 부모님의 뜻이었다.

원치 않게 시작된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결혼 초부터 시작된 남편의 학대는 출산 후에도 이어졌다. 결국 김씨는 아들이 두 살이 되던 해 혼자서 전남 영암의 집을 나와 무작정 지인이 살던 구리시로 도망갔다.

이후 김씨는 구리 시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변변한 집도 없어 공터에 막사를 짓고 혼자 살던 김씨는 부모와 가족이 보고 싶었지만 당시 사정상 연락할 방법이 없어 애만 태웠다고 한다.

이런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건 지난달. 구리 경찰은 문안 순찰을 통해 사정을 알게 됐고 곧바로 "부모, 형제와 꼭 만나고 싶다"는 김씨의 바람을 이뤄주기로 했다.

경찰은 김씨가 기억하는 가족의 이름과 당시 주소 등을 토대로 전남 해남경찰서와 공조해 막내 여동생(63) 등 가족과 연락하는 데 성공했다.


막내 여동생은 경기도 부천에서 올해 94세가 된 어머니를 요양원에서 모시고 있었다.

헤어졌던 자매는 마침내 지난 3일 구리경찰서 인창지구대에서 50년 만에 만나 부둥켜안고 울었다.

동생은 "언니가 시집간 이후 연락이 끊겨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 꿈만 같다"고 말했다.

동생과 만남에 이어 요양원의 어머니를 찾아뵌 김씨는 "수십 년간 품어온 한을 풀게 돼 너무나 기쁘다"며 도움을 준 경찰관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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