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이들이 슬픔과 마주하는 방식…'맨체스터 바이 더 씨'

입력 2017-02-0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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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이들이 슬픔과 마주하는 방식…'맨체스터 바이 더 씨'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은 세월의 더께로도 잘 덮이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신호도 없이 찾아온 죽음이든, 언제가 닥칠 줄 알았던 예고된 죽음이든 남은 가족이 감당해야 할 슬픔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감정을 애써 꾹꾹 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지만, 삶은 그 이전과 다르다. 슬픔과 추억은 불쑥불쑥 일상을 비집고 올라온다. 창문 넘어 풍광을 바라보다가도, 추억을 공유한 사람을 만났을 때도 말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의 고난과 슬픔과 마주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보스턴에 사는 리 챈들러(케이시 애플렉)는 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부랴부랴 고향 맨체스터를 찾지만, 형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돼 있다. 리는 형이 죽기 전 고등학생인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자신을 지정한 사실을 알게 된다.

리는 패트릭을 보스턴으로 데려가려 하지만, 패트릭은 친구들이 있는 고향을 떠날 수 없다며 거부한다.


영화는 리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고향을 떠나 도시의 아파트 관리인으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리의 얼굴은 항상 어둡고 무표정하다. 누군가 자신을 자극하면 화를 참지 못하고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다.

그의 숨겨진 사연은 고향에서 형의 장례절차를 진행하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하나씩 드러난다.

한때 그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이 3명과 함께 고향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조카 패트릭은 아버지의 죽음에도 겉으로는 의연하다. 평소처럼 여자친구를 만나고, 밴드연습을 한다.

패트릭의 감정이 무너진 순간은 뜻밖에도 냉동실의 문을 열었을 때다. 쏟아지는 냉동고기를 보면서 추운 날씨 탓에 땅이 꽁꽁 얼어버려 병원 영안실에 안치해놓은 아버지의 시신을 떠올린 것이다.


영화는 2시간 17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아픈 상처를 지닌 리와 패트릭의 감정변화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두 사람은 울거나 울분을 토하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잔잔한 바다 같다. 그러나 누군가 돌이라도 하나 던지면 곧바로 성난 파도로 돌변해 주변을 삼킬 것처럼 위태위태하게 느껴진다. 두 사람의 온몸에서 풍겨 나오는 깊은 상실감과 먹먹함은 스크린 밖까지 전해져 가슴이 시려온다. 마치 내 가족의 아픔을 보는 것처럼 애절하고 대신 울어주고 싶을 정도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개인의 아픔을 군더더기 없이 연출한 케네스 로너건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공이 컸다.

벤 애플렉의 동생이기도 한 케이시 애플렉은 리 챈들러 역을 맡아 내면에 감춰진 슬픔과 분노, 죄책감 등의 감정을 밀도 높게 연기했다.

루카스 헤지스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도 차분한 일상을 사는 고등학생 패트릭을 담담하게 표현해냈다.


이 영화는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맷 데이먼은 당초 직접 연출과 주연까지 맡을 예정이었지만, 차기작 스케줄로 제작자로만 이름을 올렸다. 맷 데이먼은 "제작자로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주연과 연출을 교체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목인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의 이름으로, 이 영화의 무대가 된 곳이다. 15일 개봉.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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