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천재' 클로이 김 "어제는 떡볶이, 오늘은 불고기"

입력 2017-02-07 12:33  

'스노보드 천재' 클로이 김 "어제는 떡볶이, 오늘은 불고기"

"K-팝 좋아해서 요즘은 씨엘 음악 즐겨 들어요"

"부모님 나라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도 꼭 출전할래요"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에 오면 재미있어요. 쇼핑도 하고 떡볶이도 먹을 수 있어요."

약간 영어 발음이 섞였지만 또렷한 한국말로 클로이 김(16·미국)이 말했다.

클로이 김은 스노보드 세계 랭킹 1위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부문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선수다.

다음 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출전을 위해 6일 방한한 클로이 김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림픽을 1년 앞둔 소감 등을 밝혔다.

부모가 모두 한국 사람인 클로이 김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는데 거기서도 한국 음식을 많이 먹고 한국 사람도 많아서 그런지 한국에 와도 어색한 느낌은 전혀 없다"고 친근감을 나타냈다.

흰색 점퍼와 검은 목도리, 청바지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온 그는 "어제 떡볶이를 먹었는데 조금 맵지만 정말 맛있었다"며 "오늘은 아침에 불고기, 된장찌개를 먹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선'이라는 한국 이름이 있는 클로이 김은 "미국에서는 '선(sun)'이 해님을 가리키는 단어라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클로이 김은 세계 스노보드계에서 '천재'로 공인받는 선수다.

2015년부터 엑스게임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고, FIS 월드컵에서도 수차례 우승한 경험이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출전만 했더라면 우승은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평이었지만 당시 나이가 13세에 불과해 출전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US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1천80도 회전을 연달아 성공하는 등 100점 만점의 신기원을 열었다.

클로이 김은 "정말 쉽지 않은 성과였다"고 자평하며 "가족이 많이 도와줬고 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경기로 처음 엑스게임에서 우승한 2015년 대회를 꼽았다.

엑스게임은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로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 게임'을 줄인 말이다. 많은 운동 능력과 개인 기술을 요구하는 종목에서 펼쳐진다.

그는 "처음 엑스게임에 나간 것이 13살 때인데 어릴 때부터 우상으로 여긴 선수들과 함께 경기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닮고 싶은 선수'를 묻자 그는 "선수 이전에 사람으로서 성숙하고 겸손한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숀 화이트나 켈리 클라크와 같은 선수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경기력도 있지만 항상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되는 인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루에 4, 5시간 운동을 한다는 클로이 김은 운동을 하지 않을 때는 쇼핑을 주로 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한국 음악도 많이 듣는다며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슈퍼주니어 등 좋아하는 한국 가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었다.

요즘에는 씨엘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덧붙였다.

4살 때부터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한 클로이 김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시간 정도 운전해 가면 작은 산이 있는데 아빠와 함께 거기서 처음 스노보드를 탔다"며 "아빠가 '오늘 스노보드를 잘 타면 벤처시티(놀이공원 같은 곳)에 데려가 주겠다'고 해서 열심히 탔던 기억이 있다"고 소개했다.

2년 전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고 털어놓은 그는 "그때 재활을 열심히 했는데 부상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슬럼프도 오기 마련이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극복이 되더라"고 밝혔다.






클로이 김은 지난해 화장품 회사와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얼굴 대부분을 보호 장비로 덮어야 하는) 대회에 나갈 때 화장을 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고 농담하며 "화장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피부를 관리해주는 제품이 많아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워낙 어릴 때 세상에 이름을 알린 탓에 어리게만 보이는 클로이 김이지만 키는 벌써 165㎝나 된다.

하지만 그는 "키가 180㎝나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력에 큰 영향은 없다"며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내가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은 아직 해보지 못했다"고 웃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각오를 묻는 말에는 "먼저 (미국 대표팀) 선발전을 거쳐야 한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는 "하지만 그런 예선을 거치는 과정도 재미있을 것"이라며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도 잘 치러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외가 쪽 친척들이 국내에 살고 있다는 클로이 김은 "부모님이 태어나고 자라신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더욱 기대된다"며 "올림픽에 나오게 되면 온 가족이 와서 응원해주실 것이라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클로이 김이 출전하는 FIS 스노보드 월드컵은 17일 예선, 19일 결선이 진행된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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