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받는 비결…"미국 배우 기용하고 미국 문화 다뤄라"

입력 2017-02-07 15:14  

아카데미상 받는 비결…"미국 배우 기용하고 미국 문화 다뤄라"

심리학자들 역대 수상자·수상작 비교 분석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으려면 미국 배우를 기용하고 미국 문화를 다뤄라."

7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운영 과학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 등에 따르면, 호주 퀸즐랜드대학 심리학과 니클라스 스테펜즈 박사 팀은 최근 영화상 관련 연구 논문을 영국심리학회지(BJP)에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심사자와 심사 대상자가 동일한 '사회적 집단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할 때 더 뛰어난 '창의적 연기'라고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아카데미 영화상 심사위원들이 거의 다 미국 사람으로, 미국 사회·문화에서 자유로울수 없어 의식·무의식 간에 자신과 동일한 사회에 속해 익숙한 배우와 내용을 선호하고 더 높이 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듯하지만 스테펜즈 박사 팀은 인간이라는 생물종의 특성이자 문명 발전의 핵심인 창의력(또는 창조성)의 산물들을 비교해 어떤 것이 창의적이며, 더 뛰어나다고 판정하는 기준이 그리 객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학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팀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선정하는 아카데미 영화상과 영국영화·텔레비전예술원(BAFTA)이 주는 영화상의 1968년 이후 남녀 배우상 후보자 및 수상자 908명과 작품 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두 상은 모두 자국 영화 만이 아닌 전 세계 영화와 영화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과 연기자를 선정한다고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영어권 국가, 특히 자국 영화를 주 대상으로 삼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테펜즈 박사 팀의 조사에서도 실제 국적이 수상에 미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아카데미상의 경우 미국 배우가 후보자의 67%, 수상자의 78%나 됐다. 마찬가지로 BAFTA 상의 경우 영국 배우가 후보자의 31%, 수상자의 42%를 차지했다.

또 아카데미상 작품상이 아닌 배우상을 받은 영화인데도 미국의 사회와 문화를 그린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BAFTA 상의 경우엔 영국을 다룬 것이 훨씬 많았다.

스테펜즈 박사는 "우리는 통상 독창적이고 뛰어난 창작물들을 평가할 때 객관적 품질 기준이 있다고 믿고 있다"며 하지만 사실은 이런 평가 역시 평가자가 속한 '사회적 집단'에 강하게 영향받게 되며, 이러한 사회적 집단 정체성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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