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지역 의료 42%는 외국출신 의사들이 맡아"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트럼프가 막은 건 테러범이 아니라 미국민의 복지를 챙겨줄 외국 의사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 미국내 '의료 빈곤 지역'에 적잖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애초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한시적으로 입국을 금지한 이슬람권 7개국 출신 의사들이 미국내로 유입되지 않을 경우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소도시와 농촌지역 의료 서비스 공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가정의학회(AAFP)에 따르면 미 시골 지역에서 이뤄진 의료행위의 42%는 외국 출신 의사들이 맡고 있다.
미네소타대학의 패트리샤 워커 박사는 "메인과 아이오와 주에서는 외국 태생 의사들을 접할 수 있다"면서 "그들은 하버드 의대 출신이 가지 않으려 하는 지역에서 진료를 해준다"라고 말했다.
입국 금지 대상 이슬람권 7개국 출신 의사 1만5천여 명이 미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료 채용 기업 메디커스펌은 이란에서 9천여 명, 시리아에서 3천500여 명, 이라크에서 1천500여 명이 왔다고 전했다.
이란 출신의 종양전문의 후만 파르시는 원래 O-1 비자를 받아 이번 주부터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의 행정명령 탓에 비자 처리가 늦어지면서 자국에 발이 묶여 있다.
희망과 혁신 종양연구소의 리치 아가자니안 박사는 "석 달 걸려서 사무실을 내고 준비했는데 개원도 못하고 있다. 우린 그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아가자니안은 "여기 의사들은 환자 한 명 진료하러 25마일(40㎞)씩 달려가곤 한다"면서 "의사 구하기는 어렵고 전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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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02년 이후 의과대학 31곳을 개설했으나 의사 수는 여전히 태부족이다. 위스콘신, 캘리포니아, 텍사스, 메릴랜드, 오리건, 미주리, 테네시 주 등지에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도시 지역에도 의사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뉴욕 브루클린 베드퍼드 스타이베선트 구역에는 의사 수가 연방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런 지역의 의료 서비스를 외국 출신 의사들이 메워주고 있다.
아이오와 주에서는 이슬람권 7개국 출신 의사 172명이 트레이닝을 받았다. 아이오와의 의사 1만3천여 명 중 23%가량이 외국 출신이다.
한 의료보건법인에서 지난해 배치한 외국인 의사 중 인구 2만5천명 미만 또는 2만5천∼5만 명의 소도시로 파견한 비율은 76%에 달한다.
외국 의사들은 주로 가정의학, 소아과, 내과, 일반외과 전공자들로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이들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등 도시에서 돈벌이를 잘하는 부류는 거의 없다.
외국 의사들이 의료 빈곤 지역에서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대상자 등을 상대로 일정 기간 진료를 하면 체류 비자를 연장할 수 있다. 몇 년간 꾸준히 봉사하면 그린카드(영주권)를 따낼 수도 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일하는 시리아 출신 의사 나엠 무르키는 "물론 나쁜 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원치 않는다. 하지만 이건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내가 떠나야 한다면 내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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