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리베이트·담합 의혹에 손님뿐만 아니라 소형 약국도 '울며 겨자먹기'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광주의 한 특정 지역 약사회가 내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약품 가격 정보를 공유·담합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내용을 폭로한 한 약사는 약품 도매업체들로부터 약품 가격의 1∼4%에 다하는 리베이트를 제안받거나 실제로 받았다고 지역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고백하기도 했다.
비록 일부 약국에 국한된 사례일지라도, 약품 도매업자에게 받은 리베이트 비용은 결국 도매가를 높여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안긴다.
일선 약사들은 소수 리베이트 사례가 중소형 약국의 일반의약품의 자율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입을 모았다.
9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공개된 2016년 일반의약품 가격동향에 따르면 다소비 일반의약품 50개 중 모 제약업체 치과구강치료제의 광주지역 최저가는 8천원∼9천원선 선이었다.
이는 광주의 한 약사회 회원들이 내부 모바일 메신저 대화로 "특정 약국이 8천원에 지나치게 싸게 판다"며 성토했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 결과다.
이 약품의 광주지역 최고가는 1만원 수준으로 약사들은 이를 두고 "임대료·종업원 봉급·세금을 어떻게 내느냐?""고 밝혔다.
다른 지역도 일부 특이사례를 제외하고는 해당 약품은 9천원∼1만원 내외의 평균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돼 있었다.
과거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가격은 약국개설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의약품 가격 통제보다는 약국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소비자가보다 적절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이라면 각 약품 가격은 경쟁 여건이 다른 지역별로 차이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50여 개 다른 일반의약품 가격도 '대동소이'할 뿐 대체로 비슷한 평균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선 약사들은 일반의약품 가격 결정 과정에서 일부 대형약국을 의식한 결과다라고 분석했다.
대형약국들은 도매 의약품을 대량 구매해 중소규모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판매한다.
이 대형약국들과 경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하게 약값을 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약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일부 약국들에 암암리에 도매업자가 제공되는 리베이트 비용으로 이익을 충당하고, 사실상 헐값에 판매해 중소약국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어 전국 약품 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약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된다면 소비자로서는 손해 볼일이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낮은 약품 가격은 약사들의 '소극적 담합'의 유혹에 시달리게 해 경쟁을 통한 가격 결정을 어렵게 시장질서를 해쳐 소비자에게는 독이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광주의 한 약사회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가격이 그나마 지켜지고 있는 품목이라도 유지하자"며 "(약값을) 다 같이 지키니까 오히려 서로 매출도 늘고 좋다"며 소극적 담합을 시도한 정황을 드러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의 한 약사는 "'약사의 적은 약사다'는 말이 횡횡한다"며 "가격 결정 과정에서 경쟁을 통한 조절보다는 리베이트와 소극적 담합으로 인한 결정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담당자는 "의약품도 일종의 공산품인 탓에 상품별로 질적인 차이가 없어 약품 가격이 많이 차이 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공산품치고는 판매처별로 약품 가격 차이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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