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잃은 차이나머니…자산관리상품에 126조원 몰려

입력 2017-02-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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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잃은 차이나머니…자산관리상품에 126조원 몰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경기가 둔화하고 투자처가 마땅치 않자 중국 기업들이 보유 현금을 자산관리상품에 대거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정보제공업체인 윈드 파이낸셜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중국 상장기업들은 무려 1천100억 달러(약 126조원)의 현금을 주로 은행들이 운용하는 자산관리상품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이는 2015년보다 약 40%가 늘어난 액수다.

또한 상장사들이 택한 자산관리상품의 거의 절반은 만기가 1~3개월에 불과했다. 이는 많은 기업이 리스크가 높은 사업 확장을 피하고, 단기 금융투자에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산관리상품 투자액 가운데 약 640억 달러는 기업공개(IPO)와 사모투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이었다. 투자의욕을 저하됐지만 기업들이 여전히 현금을 쌓아두겠다는 의도를 반영하는 통계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7%로, 정부가 정한 목표의 상단에 들어가 있지만 1990년 이후 가장 느린 성장 속도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에도 2014~2015년 급증했던 국내의 기업 인수·합병(M&A)이 작년에 19% 감소했고 고정투자 증가율도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8.1%에 그쳤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중국의 자본과 신용시장이 안고 있는 비효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캐서린 영 투자부장은 중국 기업들의 설비 투자는 2012년부터 감소하는 추세로, 기업들의 연간 경영전략에서 설비투자계획이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상당수의 기업들이 예상하지 못한 이익 확대로 더 많은 현금을 쥐게 됐다고 말하면서 경제 여건이 호전되면 올해 하반기에 일부 자금이 설비투자에 투입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 과연 설비투자가 늘어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년간 정부 당국은 국내 증시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상장사들이 배당을 정례화할 것을 재촉해왔다. 그럼에도 상장사들이 자산관리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외면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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