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역사 원주 회촌달맞이축제 갑자기 취소한 까닭은

입력 2017-02-08 07:00   수정 2017-02-08 09:38

25년 역사 원주 회촌달맞이축제 갑자기 취소한 까닭은

마을단위 축제 지역축제로 커졌는데…예산·인력 '제자리'

(원주=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구제역이 창궐했던 2011년 빼고는 25년 동안 쉰 적이 없었는데…"






오는 11일로 다가온 정월대보름을 닷새 앞둔 지난 7일 오후.

25년 동안 지역 대표 달맞이축제로 자리매김해온 '회촌달맞이축제' 주 무대인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회촌마을 달맞이광장 마당에는 누렁이 한 마리가 어른 세키 높이의 달집 주위를 어슬렁거릴 뿐 축제를 앞둔 분주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을 입구에 올해 회촌달맞이축제는 개최되지 않는다는 안내 플래카드를 내걸 계획입니다."

전수관 사무실에서 남자 직원 1명과 함께 계속 걸려오는 달맞이축제 문의전화에 응대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회촌달맞이축제 총괄책임자이자 매지농악전수관장인 강영구(47) 씨가 힘없이 말했다.






회촌달맞이축제는 1993년 명산인 치악산과 백운산 자락의 전형적인 농촌 산간마을인 원주시 흥업면 매지 3리 회촌 마을에서 마을 단위 축제로 시작됐다.

이 축제는 고즈넉한 주변 경관에다 강원도 토속음악의 특징인 메나리조를 그대로 간직한 원주매지농악과 어울려 순식간에 방문객 2천 명이 넘는 대표 달맞이축제로 자리 잡았다.

세시풍속의 전통을 계승하고 원주시민의 무사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열려온 축제는 해마다 소원지쓰기, 망우돌리기, 제기차기, 매지농악공연, 달집태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축제가 커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40여 가구 100여 명이 사는 마을에서 달맞이축제를 위해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주민이 매달려야 했다.

시설·기획·공연·홍보에서부터 달집 쌓기·거줄 만들기·주차안내·음식 만들기 등…

축제가 소규모이고 젊은 주민들이 많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마을 축제가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축제로 커지고, 주민들이 고령화되고 어르신들이 한두 분 돌아가시면서 이대로는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원주시에서 지원하는 1천만원의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다.

10여 년 전 8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늘었지만, 마을 자부담 200만원을 합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각종 비용을 충당하기가 어렵다.






강 관장은 "타 지역의 비슷한 규모 달맞이축제에 대한 지원 예산과 비교해도 현저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여기다 전기·소방·가스·보건·주차 등 갈수록 강화되는 각종 안전기준도 주민들에게는 또 다른 큰 부담이었다.

회촌달맞이축제위원회는 급기야 축제를 불과 11일 앞둔 지난달 31일 회의를 열어 올해 축제행사를 취소하기로 하고 원주시에 통보했다.

원주시에서 담당과장이 나와 "전통을 계속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지만 당장 뚜렷한 대안은 없었다.

강 관장은 "어떻게든 축제를 이어가려고 애를 썼지만, 내년에 더 좋은 축제를 위해 이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축제 규모에 걸맞게 예산문제와 행사 주체, 분야별 역할 분담, 비좁은 행사 장소 문제 등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축제위원회는 그러나 마을 주민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11일 윷놀이·농악·달집태우기 등 마을 자체 달맞이행사는 치르기로 했다.




한편 원주시 관계자는 "축제위원회에서 마을 주민 위주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다 보니 고령화 등으로 힘이 든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면서 "더 좋은 축제를 만들기 위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회촌마을은 2005년 문화관광부 문화역사마을로, 2010년 강원도 마을기업으로 지정됐고 원주매지농악보존회는 2006년 강원도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조용하고 경치가 아름다워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이 원주시내에서 이사와 말년을 보내고 국내외 작가·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토지문화관을 세워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ryu62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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