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김형수 이사장 증언…"검찰 조사 앞두고 안종범·보좌관 연락"
"차은택이 자긴 재단 참여 안 했다고 해달라 부탁"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전명훈 강애란 기자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김형수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에게 재단 설립 과정에 대해 '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 내용이 법정에서 다시 공개됐다. 청와대 개입 부분을 감춰달라는 취지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에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안 전 수석은 김 전 이사장에게 "전경련이 이사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하고, 미르재단 이사진 중 2∼3명도 김 이사장이 추천한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로 요구받았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의 보좌관도 김 전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안 전 수석과 통화한 내역, 자신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지워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김 전 이사장은 이 같은 요구를 받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했고, 이런 사실을 검찰에 들키지 않기 위해 조사받으러 갈때 아예 들고가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이사장을 재단 이사장으로 추천한 차은택씨 또한 비슷한 취지로 김 전 이사장 메시지에 '마사지'를 시도했다.
차씨는 지난해 8월 김 전 이사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TV조선에서 가장 크게 다루는 건 재단 설립 과정"이라며 "설립에 BH(청와대)가 관여했는지가 가장 큰 이슈"라고 말한다. 당시는 언론에서 미르재단 설립 배경에 청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도하던 시기다.
차씨는 이어 "저와 안 수석이 크게 관여된 걸로 보고 있다"며 "BH가 관여됐다면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고 보기 힘드니까요"라고 우려했다.
또 "앞으로 조금 더 시끄러워질 것 같습니다"라면서 "저는 재단 일에는 단 한 번도 참여한 적 없다고만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재단 설립 과정만 안 수석님과 잘 상의해주세요. 모두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해서요"라고 안 전 수석과 말을 맞춰달라고도 부탁했다.
김 전 이사장은 차씨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저장해 뒀는데 "어떤 식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해서 만약에 대비한 증거자료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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